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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할아버지·할머니들 얘기 들어볼래?

등록 2007-06-15 18:40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읽어보아요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50대 아줌마들 사이에 오가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들만 둘인 여자는 큰아들, 작은아들 집을 오가다 길에서 객사하고, 외아들만 있는 여자는 며느리에게 구박받다 골방에서 죽고, 딸만 있는 여자는 딸 뒤치다꺼리 하다가 주방에서 죽는단다. 두 아들을 둔 50대 아줌마인 나는 이 소리를 듣고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서글픔에 가슴이 저려와 눈물이 찔끔 났다.

요즘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직장 다니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돌보는 도우미 아줌마 같은 할머니, 할 일 없이 공원을 배회하거나 뜬금없이 잔소리나 하는 할아버지는 쓸모없는 물건쯤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

공개방송에서 ‘태진아 팬클럽’ 펼침막을 들고 있는 할머니 부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대략난감한 표정이란! 동화책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의 표지화를 보고 나도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단편동화 5편으로 구성된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은 톡톡 튀는 문장과 가벼운 인터넷 언어, 정감 있는 사투리들이 어우러져 맛있게 읽을 수 있다.

한 어린아이 눈에 비친 홀몸노인의 감춰진 고독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버럭 할배 입속엔 악어가 산다’, 평생 남편 뒷바라지를 했고, 늙어서도 손녀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 할머니가 드디어 자유를 선언하고, 사교댄스, 운전, 인라인스케이트, 심지어 태진아 팬클럽 회장이 되신 ‘태진아 팬클럽 회장님’, 홀로 고향집에 남아 애타게 자식을 그리는 노인의 외로움을 눈물겹게 그린 ‘수제비’, 남편을 일찍 여의고 자식들을 홀로 키운 할머니의 재혼 문제를 다룬 ‘우리 할머니 시집간대요’와 치매로 자살하려는 노부부의 모습을 그린 ‘개구리 이마에도 뿔이 날까?’ 등.

이 5편의 동화에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로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다. 그런 노인들의 속내를 다양한 각도로 조명하여 매우 심도 있게 보여준다. 어린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까지도 파고든다. 그러나 파고드는 방법이 기존 동화와 다르다. 그래서 신선하고, 더 감동적으로 읽힌다. 초등 중학년 이상. 이용포 글·한지선 그림/푸른책들·8500원.

원유순/동화작가 dar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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