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암탉·멧돼지·산토끼…그리운 ‘이웃사촌’

등록 2007-06-22 18:56

〈멧돼지가 기른 감나무>
〈멧돼지가 기른 감나무>
읽어보아요 /〈멧돼지가 기른 감나무〉

농촌과 도시 변두리 아이들의 그늘진 마음을 조심스레 어루만져 온 작가 이상권이 동물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지 십여 년. 그동안 발표된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와 〈그 녀석 왕집게〉 같은 작품집은 생태동화 작가로서 그의 위치를 단단히 굳혀 주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동화는 그 이전이나 이후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구체적 체험이나 치밀한 관찰 없이 작가의 주관적 감정을 그대로 덧씌우거나, 성급한 풍자나 어설픈 교훈으로 치닫는 우의적 성격의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멧돼지가 기른 감나무〉에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보고 겪고 들은 내용에 상상력을 보탠 이야기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온갖 따돌림과 구박을 받으면서도 꼿꼿한 자존심을 잃지 않는 외눈박이 암탉, 소름 돋도록 징그럽지만 끝내 아름다운 호랑나비로 변신하는 애벌레, 힘세고 늠름하여 뜸돌양반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멧돼지, 엄마를 잃고 혼자 힘으로 살아가는 노란 줄무늬 산토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 뒷산에서 볼 수 있었다는 여우는 저마다 슬기롭고 강한 개성을 보여 준다. 그 밖에도 뜸부기, 살쾡이, 멧비둘기처럼 다양한 동물들과 갖가지 풀과 나무들이 지면을 풍성하게 채우면서 책 전체가 싱그럽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의 바탕에 깔린 기본 정서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다. 작가의 말에 나와 있듯, 이 땅에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서로 어울려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에 대한 고민이 주제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작품에서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주인공 시우보다도 더 눈길을 당기는 존재는 할머니나 수남이 아재 같은 인물들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흙에 파묻혀 지내는 농투성이지만, 이들이 무덤덤하게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연의 섭리에 대한 지혜가 순연히 담겨 있다. 어른이 되어 고향에 들른 시우에게 친구는 이런 말을 한다. “우린 이대로가 좋아야. 여우들도 그럴 것이다. 서로 모른 체하고 사는 것이여.”

초등 고학년. 이상권 글·김성민 그림/사계절·8500원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