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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은하철도 타면 눈물도 아픔도 안녕~

등록 2007-09-14 19:21

<은하철도 999의 기적>
<은하철도 999의 기적>
읽어보아요 /<은하철도 999의 기적>
류호선 글·나오미양 그림/시공주니어·7000원

요괴인간, 황금박쥐, 타이거마스크, 우주소년 아톰. 어린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만화영화들이었다. 어른들은 기괴하고 폭력적이고 허황하다며 질색을 했지만 진짜 인간이 되고 싶고,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고, 우주를 날고 싶은 어린 시절의 꿈은 그 만화영화들과 떼어 놓고는 떠올릴 수가 없다.

은하철도 999를 보며 자란 아이들에게도 그것과 떼어놓을 수 없는 꿈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모를 꿈, 뭔지 모를(혹은 너무나 명확한) 갈망으로 들끓는 내면을 채워줄 수 있는 꿈을 대신 말해주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를 그렇게 아이로 돌아가서 행복하게 만들어준 책이 〈은하철도 999의 기적〉이다. 이 책의 내용이 행복하다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불행한 이야기이다. 시합 중 다쳐 일 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축구선수 아빠, 미술학원을 하면서 생계를 꾸리느라 늘 피곤하고 슬픈 엄마, 구제불능으로 말썽을 부리는 어린 여동생. 이제 2학년이 된 문석이에게는 세상이 온통 암울해 보일 것 같다. 그러나 문석이는 희망이 있다. 바로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신비한 누나 메텔을 만나는 것이다. “나중에 모든 것을 다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메텔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이 문석이를 안드로메다 성운으로 보내는 판타지는 아니다. 분류하자면 병원과 지하철과 길거리, 집과 학교를 배경으로 아이의 일상이 전개되는 현실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판타지를 그렇게 구분하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이 이 책의 독후감이다. 문석이가 자신을 둘러싼 현실을 이해하고 이겨내며 사랑할 수 있는 힘이 〈은하철도 999〉라는 판타지에서 나오는 한, 판타지는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현실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영원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메텔을 애타게 찾지만, 정작 메텔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 것이 자기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문석이가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되겠지’.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동화작가 sjch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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