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향해 가는 개
읽어보아요/<별을 향해 가는 개>
헤닝 만켈 지음·이미선 옮김/아침이슬·9000원
한 소년이 성에가 두텁게 낀 유리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문득, 어두운 거리를 외롭게 걷고 있는 개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하는 듯 잠시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사라져 버린다. 춥고 스산한 겨울이 지나는 동안, 소년은 몇 번씩이나 한밤중에 깨어나 창가에서 서성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아마도 저 멀리 있는 별에게 가는 길일 거야.
아빠와 둘이서 살고 있는 요엘은 열세 살이다. 아빠는 숲에서 벌목 일을 하고 있지만, 전에는 선원이었다. 엄마는 요엘이 아주 어렸을 때 두 사람 곁을 떠나 버렸다. 요엘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요엘은 언젠가는 자기도 바다로 떠나겠다고 생각한다. 상상 속에서 요엘은 드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이 된다. 그리고 새로 산 공책에다 항해일지를 기록한다. 일지의 제목은 ‘별을 향해 가는 개’.
밤마다 개를 찾아 나서지만, 만날 수는 없다. 그 개는 요엘이 마음의 빈자리에 떠올린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엘이 가고 싶어 하는 바다와, 어두운 거리를 배회하는 개가 향하는 별은 서로 의미가 겹친다. 슬픔과 외로움이 없고, 더는 버려지는 일도 없는 바로 그곳. 작품의 결말은 따뜻하다. 요엘은 아슬아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도 마음의 상처를 극복해 낸다. 아빠를 비롯하여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들로부터 스스로의 아픔을 통해 오히려 다른 사람의 아픔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이해와 용기를 배우면서 요엘은 소년기를 통과한다.
감상적인 수식을 절제했는데도 심리 묘사가 섬세하고 우수에 젖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은이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했는데 아, 맞다! 특이하게도, 일련의 추리소설로 유럽의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수상한 스웨덴 출신의 작가다. 그는 〈별을 향해 가는 개〉로 독일 청소년문학상도 받았다.
오석균 mitbach@hanmail.net / 도서출판 산하 주간
오석균 mitbach@hanmail.net / 도서출판 산하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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