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를 따라 갔어요〉
읽어보아요 / 〈나비를 따라 갔어요〉
지난겨울 손꼽을 정도로 학생 수가 적은 한 시골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아이들조차도 학원수업에 시달리느라 자연과 더불어 놀 시간이 거의 없다는 점에 마음이 아팠다.
요즘 도시 아이들 사이에서는 장수하늘소 같은 곤충을 분양받아 사육장에 넣고 기르는 것이 유행이다. 한때 기계병아리를 사서 가지고 놀다 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참 안타깝지만 온통 주변이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사는 아이들로서는 그나마도 아니면 어디서 곤충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나비를 따라 갔어요〉(김미혜 지음·이광익 그림/천둥거인·9500원)는 도심에서도 충분히 자연을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찰뿐만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친구가 되고, 교감을 나누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저자가 도심 속 공원에서 직접 찍은 나무와 풀, 풀씨, 곤충과 애벌레 등의 사진을 바탕으로 시를 쓰듯, 엄마와 아이가 주고받는 대화체로 정감 있게 자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자연은 참 좋은 놀이터라는 것을 인식시켜주고 익충과 해충, 나무와 나뭇잎과 놀기, 잠자리, 꽃, 꽃이 진 자리에 맺은 열매 등을 차례로 열어 보인다. 해충의 의미도 글에서는 새롭게 해석한다. 줄점팔랑나비의 애벌레는 벼 잎을 갉아먹어 인간의 눈으로 보면 해충이지만, 층꽃풀 입장에서 보면 좋은 곤충이다. 왜냐하면 꽃가루를 옮겨주는 좋은 곤충이니까. 즉 이쪽에서 보면 고마운 나비, 저쪽에서 보면 괘씸한 나비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을 향한 인간의 우월감에서 벗어나 겸손한 눈으로 자연을 보게 만든다.
또한 글에 등장하는 모든 자연물은 모두 도시 속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일부러 자동차를 타고 먼 농촌이나 산골로 자연 관찰하러 떠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에 대한 관심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한번쯤 여유를 갖고, 아이와 함께 엎드려 아파트 화단을 관찰해 보라. 괭이밥, 개망초, 별꽃, 꼬물거리는 애벌레 등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무심히 지나쳤던 곳에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는 것은 참으로 값진 일이 아니겠는가! 초등 전학년.
원유순/동화작가 dar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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