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나만의 공간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어요

등록 2007-07-27 20:07

 <앨피의 다락방>
<앨피의 다락방>

읽어보아요 / <앨피의 다락방>
베치 바이어스 지음·김재영 옮김·오승민 그림/사계절·7500원.

자신의 마음에 깊고 아픈 상처가 있을 때에만 혼자만의 공간을 찾는 건 아니다. 세상이 너무 시끄러울 때에, 저마다 제 말이 옳다고 소리지를 때에, 또는 아니오 라고 말해야 하지만 모두 침묵한 채 고개를 끄덕일 때에도 우리들은 차라리 저만의 골방을 찾는다. 다락방으로 올라간 소년, 앨피처럼! <앨피의 다락방>은 작가가 초등학교 시절, 옆자리에 앉은 친구를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이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받아쓰기를 할 때도 언제나 그림을 그렸던 친구를 추억하며 쓴 이 작품은 나의 다락방 시절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다정하면서도 가슴 한 편이 아린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없는 앨피의 가족은 늘 할 말이 많다. 저마다 더 성공하지 못하고, 잘 살게 되지 못한 이유와 변명이 넘친다. 그래서 모두들 지금이나 미래가 아닌 과거, 즉 “예전에는”으로 시작되어 “예전에는”으로 끝나는 이야기만 한다. 외할아버지도, 어머니도, 누나도 늘 예전에는 괜찮았고, 예전에 잘만 하면 성공했을 “뻔”한 자신들만의 위대한 전설에 빠져 있다. 게다가 엄마는 앨피의 형인 부버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앨피를 외롭게 한다. 앨피는 가족들과 소통하지 못한다. 다락방이라는 저만의 공간에서 만화를 그리며 답답함을 풀고, 외로움을 씻어내며, 시끄러운 소리들을 지워버리고, 대신 자기가 만들고 찾아낸 즐거움과 따스함의 세계로 메워 나간다. 그래서 다락방은 앨피에게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창조의 공간이며, 새 힘을 얻는 동력소인 것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결혼한 부버가 신부와 함께 앨피의 다락방으로 이사한다고 한다. 앨피는 당황한다. 마치 보금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위기에 처한 어미 새처럼 다락방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다락방 아래에선 가족들이 소리친다. “내려와!”

앨피는 어떻게 되었을까? 앨피의 다락방에는 이제 누가 올라와서 저만의 꿈을 키울까? 앨피는 다락방 밖에서는 행복하지 못할까? 이런 물음은 곧 우리 자신을 향한 질문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물어볼 말이 있다. ‘나에게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다락방이 있는가? 그곳에 올라가 본 적이 언제였던가?’ 초등 고학년.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