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장가보내기>
읽어보아요 /<거북이, 장가보내기>
아득한 옛날, 지각변동으로 바다가 사막으로 변했다. 그곳에 사라진 바다를 그리워하며 고독한 삶을 살아온 거북이 있다. 거북은 지평선 끝에 매달린 석양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돌아오지 않을 줄 알면서도 바다를 끈질기게 기다린다. 오래 사는 삶이 어떤 이에겐 축복이고, 또 어떤 이에겐 고통일 수가 있다. 바위처럼 살아온 삶이 힘에 겨워, 거북에게는 살아 있음이 고통이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삶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을 것 같던 삭막한 곳에도 서서히 친구들이 생긴다. 붉은여우, 독수리, 방울뱀, 까마귀, 들쥐, 고슴도치, 덤블트리 등이다. 약육강식의 운명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 돕고 의지하며 힘겨운 삶을 지탱해 나간다.
거북에겐 오래전 누이 하나가 있었다. 누이는 비가 내린 뒤 바위틈에 돋아난 선인장을 먹으려다 굴러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거북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먹을 것이 부족한 붉은여우와 독수리에게 누이의 시체를 제공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세대가 바뀐 붉은여우와 독수리는 여전히 거북과 서로 의지하며 친구로 지낸다.
그들은 고독한 거북을 위해 암거북을 찾아 줄 결심을 한다. 건기에는 마른 덤불처럼 바람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덤블트리는 거북과 동행하고, 붉은여우와 독수리는 바가지를 긁어대는 아내를 설득해가며 암거북을 찾기 위해 힘을 모은다.
거북이 장가보내기! 삭막하고 메마른 사막, 그 버석거리는 삶 속에서도 가슴에 사랑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지평선의 저녁노을만큼이나 아름답게 펼쳐진다. 전편에 흐르는 서정적인 문장과 부드러운 느낌의 섬유를 이용한 파스텔 톤의 그림이 잘 어우러져, 읽고 나면 잔잔한 감동이 는개처럼 가슴으로 스며든다. 서늘하면서도 따사로운 느낌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각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읽어볼 만한 동화이다. 청소년문고로 나왔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소중애 글·오정택 그림/청어람주니어·8500원.
원유순/동화작가 dar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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