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세상을 달리 본 천재화가의 삶 속으로

등록 2007-07-13 18:44

〈조지아 오키프, 하늘을 그린 화가>
〈조지아 오키프, 하늘을 그린 화가>
읽어보아요 /〈조지아 오키프, 하늘을 그린 화가〉

예술가의 삶을 어린이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일은 쉽지 않다. 끝 모를 열정과 의지, 그만의 자유와 진실을 어떻게 간결하게 함축하여 전달할 것인가. 더욱이 그 길은 혼자서만 외롭게 헤쳐가야 하는 길이다.

〈조지아 오키프, 하늘을 그린 화가〉는 이런 점에서 아주 독특한 그림책이다. 이 책은 현대 미국 회화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조지아 오키프를 소개하고 있다. 확대경을 들이댄 듯 커다랗게 확대되어 화폭을 가득 채운 꽃, 거대하게 치솟은 도시의 빌딩, 살은 덧없이 사라지고 하얗게 탈색되어 남은 짐승의 뼈…. 오키프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색채와 단순하고 또렷한 윤곽선으로 이런 소재들에 상징적인 깊이를 부여한 화가이다. 책의 작가는 이런 이미지들을 자신의 그림에 적절하게 활용하고, 오키프를 일인칭 화자로 내세워 독자들을 친근감 있게 끌어당긴다.

오키프가 예술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열두 살 무렵부터. 남들과 다른 눈길로 대상을 바라보고, 그리고 또 그리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이야기는 리듬감 있는 문장에 실려 그의 삶의 또 다른 뜨거운 지점으로 빠르게 흘러간다. 오키프는 예순의 나이에 뉴멕시코 주의 사막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긴다.

세상은 얼마나 드넓고 경이로운가. 희미하게 동이 트는 새벽에도, 태양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는 한낮에도, 별들이 빛나는 밤중에도 그는 걷고 또 걷는다. 붉은 언덕을 그리고, 먼 곳에 있는 크고 높은 산을 그리고, 묵묵히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디는 짐승의 뼈들을 그린다. 그리고 마침내 이 모든 것 위에 드리워진 하늘을 만난다. 오키프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들을 사막에서 다시 만난 하늘을 그리는 데 바친다. 커다란 화폭에 푸른 하늘과 그 끝에서 붉게 번져오는 석양과 마지막 구름을 그리고 나서, 조용히 붓을 놓는다. 책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속에 깊이 와 닿는다. “나를 위해 하늘에 입맞춰 주세요….” 자신의 모든 것을 작품에 불어넣은 이의 뒷모습이 아름답다. 초등 전학년.

오석균/도서출판 산하 주간 mitbach@hanmail.net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