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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역사인물과 함께하는 모험 생생

등록 2007-08-17 21:05

 〈위대한 모험가 위팅턴〉
〈위대한 모험가 위팅턴〉
읽어보아요 / 〈위대한 모험가 위팅턴〉
앨런 암스트롱 글·S. D. 신들러 그림·이승숙 옮김/개암나무·9800원

이순신, 병자호란, 토정 이지함. 이런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어른들에게 환영받으며 읽힌 예는 많다. 그런데 어린이 책은 어떨까. 그만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역사물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역사를 좋아하는 게 당연해야 할 텐데. 역사는 그 안에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거나, 아니면 이야기 그 자체인데. 살아 있는 이야기로서 역사를 대한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고 풍요롭고 의미 깊은 일인지를 알려주는 그런 역사물을 더 많이 쓰고 발굴해서 아이들의 독서 지평을 넓히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광복절이라는 역사적인 날을 전후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런 예 중 하나로 〈위대한 모험가 위팅턴〉을 들고 싶다. 14세기 후반에서 15세기 초반 영국에서 살았던 실제 인물 리처드 위팅턴을 모델로 삼아, 고양이 덕에 부자가 된 페르시아 고아 민담을 덧붙인데다, 쥐와 고양이와 사람이 서로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고 뭔가를 이루어내는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아주 독특한 역사소설이다. 역사소설? 그렇게 한 낱말로 정의하기에는 너무 다채롭다. 〈샬롯의 거미줄〉 같기도 하고, 아라비안나이트 같기도 하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동물들이 모여서 위팅턴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하며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쫄깃한 재미를 주고, 난독증 때문에 학교에서 버림받을 위기에 놓인 아이를 도와 결국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는 결말은 기쁨을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탄스러운 것은 역사적 사건이나 역사적 인물이 현재의 인물과 동물들이 처한 삶의 환경 안으로 스며들어 와 힘차게 숨 쉬도록 하는 교묘한 구성 솜씨이다. 생생한 묘사도 크게 한몫을 한다. 대체 비결이 뭘까? 이 의문은 작가가 후기에 덧붙인, 동물에 대한 애정 고백과 공부한 책의 목록을 보면 풀린다. 역사 이야기를 쓰는 태도, 그뿐 아니라 모든 어린이 책을 쓰는 태도의 모범이 될 만하다. 특히 작가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사족 : 이 책에서 가장 쓸 만한 교훈. “원수의 말을 잘 들어야 목숨을 구할 수 있어!”

김서정/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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