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구천구백이>
읽어보아요 / <김 구천구백이>
송언 글·최정인 그림/파랑새어린이·8000원 “여봇! 또 술 마셨어요? 내가 못 살아!” “시끄러?m! 어서 밥이나 차려!” “몰라, 몰라요! 어휴, 동네 창피해!” 이게 웬 소란이냐며 놀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아닌 사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1970년 대 초, 아이들의 소꿉놀이 한 장면이다.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할 때면 이런 장면이 그려지곤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집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을 가지고 연극하듯 놀았다. 곗돈 이야기나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야단치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즉, 아이들의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밝거나 어둡거나, 그 축소판이다. 〈김 구천구백이〉가 그렇다. 주인공인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 건하는 철부지 말썽꾸러기, 천방지축 사고뭉치다. 또 건하의 일상은 어른들의 욕심, 어른들의 실수, 어른들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건하는 맞벌이 부모님 덕(?)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산다. 그래서 날마다 일기장 끝에 ‘오늘도 기분이 브라보!’라고 써서, 별명이 김 브라보이다. 그러던 어느 날, 로봇 장난감 사건으로 건하는 뉴스에서나 보아왔던 ‘빚쟁이 어린이’가 되고, ‘김브라보’에서 ‘김칠천(원)’으로 전락한다. 더구나 하루도 쉬지 않고 건하를 압박하는 존재는 담임선생님이다! “김 칠천. 내일도 칠천 원 안 가져오면 별명이 김 칠천백으로 올라가. 모레는 김 칠천이백으로, 글피는 김 칠천삼백으로. 네가 언제까지 버티는지 두고 보자.” 선생님은 왜 이리 지긋지긋하게 건하를 괴롭힐까? 하지만 건하도 만만찮다. 선생님이 “코뿔소처럼 무지막지하고, 악어가죽처럼 질기고, 염소처럼 염치없는 제자는 일찍이 없었다. 그게 바로 너다!”라고 비명을 지를 만큼, 건하는 막무가내다. 선생님은 건하의 훼방자일까, 수호천사일까? 어린이 빚쟁이가 된 건하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까? 작가는 머리말에서 어린이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의 친구가 되고 싶어 요란하게 달려오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한껏 재미있고 즐거운 작품인데 마음 한켠이 싸 하니 뭉클해진다. 초등 저학년.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송언 글·최정인 그림/파랑새어린이·8000원 “여봇! 또 술 마셨어요? 내가 못 살아!” “시끄러?m! 어서 밥이나 차려!” “몰라, 몰라요! 어휴, 동네 창피해!” 이게 웬 소란이냐며 놀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아닌 사건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1970년 대 초, 아이들의 소꿉놀이 한 장면이다.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할 때면 이런 장면이 그려지곤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집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을 가지고 연극하듯 놀았다. 곗돈 이야기나 공부하라고 아이들을 야단치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즉, 아이들의 세계는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밝거나 어둡거나, 그 축소판이다. 〈김 구천구백이〉가 그렇다. 주인공인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 건하는 철부지 말썽꾸러기, 천방지축 사고뭉치다. 또 건하의 일상은 어른들의 욕심, 어른들의 실수, 어른들의 좌충우돌 세상사는 이야기와 다름없다. 건하는 맞벌이 부모님 덕(?)에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산다. 그래서 날마다 일기장 끝에 ‘오늘도 기분이 브라보!’라고 써서, 별명이 김 브라보이다. 그러던 어느 날, 로봇 장난감 사건으로 건하는 뉴스에서나 보아왔던 ‘빚쟁이 어린이’가 되고, ‘김브라보’에서 ‘김칠천(원)’으로 전락한다. 더구나 하루도 쉬지 않고 건하를 압박하는 존재는 담임선생님이다! “김 칠천. 내일도 칠천 원 안 가져오면 별명이 김 칠천백으로 올라가. 모레는 김 칠천이백으로, 글피는 김 칠천삼백으로. 네가 언제까지 버티는지 두고 보자.” 선생님은 왜 이리 지긋지긋하게 건하를 괴롭힐까? 하지만 건하도 만만찮다. 선생님이 “코뿔소처럼 무지막지하고, 악어가죽처럼 질기고, 염소처럼 염치없는 제자는 일찍이 없었다. 그게 바로 너다!”라고 비명을 지를 만큼, 건하는 막무가내다. 선생님은 건하의 훼방자일까, 수호천사일까? 어린이 빚쟁이가 된 건하는 이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까? 작가는 머리말에서 어린이의 친구가 되고 싶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이미 선생님의 친구가 되고 싶어 요란하게 달려오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한껏 재미있고 즐거운 작품인데 마음 한켠이 싸 하니 뭉클해진다. 초등 저학년. 노경실/작가 ksksn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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