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선생님의 이상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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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 선생님의 이상한 그림책〉마이클 갈랜드 글·그림·장미란 옮김/은나팔·9500원
서양 동화 속에 자주 나오는 단어 중 ‘에버애프터’가 있다. 에버애프터는 할머니의 할머니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엄마도 나도 동생도… 모두 잘 알고 있는, 그러니까 오래도록 전해져 오거나, 널리 읽혀진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이다. 그래서 외국의 한 동화에는 이런 장면도 있다. 한 아이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에버애프터가 뭐예요?” 할머니가 대답해준다.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인데, 얼마쯤은 괴물이거나 동물이거나 요정이지. 그 중에는 사람, 또는 마법에 걸려 변하기 전에는 사람이었던 것도 많단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그들이 함께 살고 있어. 백설공주도, 돼지 삼형제도, 앨리스와 허수아비도…”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낯선 상상의 세계를 꿈꾸며 스스로 체험하고픈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스미스 선생님의 이상한 그림책>이 따악 그런 책이다. 학교에 새로 오신 스미스 선생님. 그런데 선생님이 이상하다. 하늘로 치솟은 빨간 머리카락, 그 머리카락보다 더 빨갛고 더 뾰족이 올라간 안경테. 아이들은 갸웃한다. 선생님 같지 않아. 하지만 공부시간에는 다른 선생님들이랑 똑같아. 공부 시간은 어떤 선생님이 들어오셔도 재미없어.
그런데!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순간, 아이들의 눈동자와 귓바퀴와 조잘거리던 입술과 마음은 블랙홀로 빠져들듯이 온통 책 속으로 모인다. 책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눈과 입으로만 멀찍이 만났던 주인공들이 아이들 곁으로 튀어나온다. 에버애프터들이다. 아이들은 놀라기는커녕 즐거워하고, 손을 내밀어 반긴다. 그러나 어른들은 두려워하고, 도망간다. 아이들은 에버애프터들을 어떻게 지켜줄까? 책은 이제 다시는 열리지 않는 것일까? 스미스 선생님의 그림책은 이상한 책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무엇을 바라고, 가장 즐거워하는지 아는 신기한 세상이다. 하지만 왜 그 세상이 어른들에게는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광경으로만 보일까? 그런데, 집 앞 구멍가게 할머니가 혹시 신데렐라가 아닐까? 자장면 배달 청년은 개구리 왕자? 그럼 너와 나는? 노경실 작가 ksksnh@naver.com
그런데!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는 순간, 아이들의 눈동자와 귓바퀴와 조잘거리던 입술과 마음은 블랙홀로 빠져들듯이 온통 책 속으로 모인다. 책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눈과 입으로만 멀찍이 만났던 주인공들이 아이들 곁으로 튀어나온다. 에버애프터들이다. 아이들은 놀라기는커녕 즐거워하고, 손을 내밀어 반긴다. 그러나 어른들은 두려워하고, 도망간다. 아이들은 에버애프터들을 어떻게 지켜줄까? 책은 이제 다시는 열리지 않는 것일까? 스미스 선생님의 그림책은 이상한 책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무엇을 바라고, 가장 즐거워하는지 아는 신기한 세상이다. 하지만 왜 그 세상이 어른들에게는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광경으로만 보일까? 그런데, 집 앞 구멍가게 할머니가 혹시 신데렐라가 아닐까? 자장면 배달 청년은 개구리 왕자? 그럼 너와 나는? 노경실 작가 ksksn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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