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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종의 벽을 넘은 흑백 소년의 우정

등록 2007-11-09 20:41

〈카리우키의 눈물〉
〈카리우키의 눈물〉
읽어보아요 /

〈 카리우키의 눈물〉 메자 무왕기 지음·김선희 옮김/다른·1만원

아프리카 케냐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당시, 흑인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였다. 백인이 정해 놓은 얼토당토않은 규율로 흑인은 툭하면 가죽 채찍으로 죽도록 맞아야 했고, 파리채 하나에 목숨을 잃는 파리 같은 존재였다.

백인 농장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아버지와 민족해방단체 마우마우에서 일하는 형과 죽도록 일만 하는 어머니를 둔 한 흑인 소년이 있다. 소년의 이름은 카리우키다. 카리우키는 어른들로부터 어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심한 구타를 당하며, 고된 노동에 시달린다. 카리우키의 유일한 기쁨은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아무도 없는 숲에 들어가 혼자 노는 것이다. 물 속에 사는 물고기조차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지만 말이다. 백인의 영역 안에서는 자연조차 그들의 것이었다. 어느 날 카리우키는 숲에서 백인 소년 나이젤을 만난다. 나이젤은 방학을 맞아 영국에서 아프리카로 놀러 온 농장 주인의 손자이다. 나이젤은 자기 할아버지의 폭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아프리카 흑인 사정에 대해 무지하다. 인종 편견이 무엇인지 모르는 천진난만한 백인 소년은 곧 카리우키에게 호감을 보이고, 친구로서 다가오고 싶어한다. 카리우키 역시 나이젤과 함께 있으면 즐겁다. 둘은 아프리카 대자연 속에서 진정한 친구가 되어 간다. 그러나 그들의 우정은 백인과 흑인 양쪽 어른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 그들 사이에 자리 잡은 편견과 갈등, 폭력은 늘 연약한 약자인 카리우키에게만 불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카리우키는 나이젤 때문에 아버지에게 구타당하고 고통을 겪으면서도 결코 나이젤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견디며 죽음의 위기에 처한 나이젤을 구하는 투혼을 발휘한다. 나이젤을 구하는 과정에서 카리우키는 마우마우단원인 형의 죽음에 일조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고, 그 사실은 알게 된 카리우키는 찢어지는 아픔으로 눈물을 흘린다. 나이젤은 카리우키의 눈물의 의미를 깨닫고 어깨를 잡아준다.

식민지 아프리카에서 눈물꽃처럼 피어난 두 소년의 우정! 그들에게는 인종적 편견도 없고,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갈등도 없다. 그저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아름답게 사랑한 것이다.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그려진 아프리카 식민지 사회의 끔찍한 실상에 가슴이 서늘하다. 또한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이 쌓아가는 우정과 대자연과의 합일은 쉽게 맛볼 수 없는 즐거움으로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초등 고학년.

동화작가/원유순 dar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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