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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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트렌드〉
마크 펜 외 지음·안진환 외 옮김/해냄·1만4800원 “사람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세련되고 개인적이며,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선택을 내리고 있다.” 〈마이크로트렌드〉는 ‘메가트렌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수백, 수천 개의 ‘마이크로트렌드’가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책 제목은 그대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의 〈메가트렌드〉와 대척점에 서 있다. 이제 세상은 굵직한 붓질 몇 번의 총합이 아니라 60억개의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드는 인상파 화가의 점묘화와 같다. 세계적인 홍보회사 시이오로 기업가와 정치인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며 30년 동안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지은이 마크 펜이 내린 결론이다. 이 책은 지난 1월에 나와 지금까지 6만부 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을 사본 사람들은 주로 마케팅·광고·홍보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고 한다. 책을 펴낸 해냄출판사 차재호 팀장은 “객관적인 숫자와 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책에 소개된 트렌드 75가지가 우리나라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대형 마트에 가면 훨씬 싼 값에 간편하게 살 수 있는 목도리나 모자를 뜨려고 뜨개질에 취미를 붙인 청소년들은 쉬는 시간에 십자수에 골몰하는 우리나라 청소년을 연상시킨다. 두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같다. 같은 반 아이들과 경쟁할 때 기죽지 않게 하려고 자녀를 1년 늦게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도 이미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나 게임에 탐닉하는 어른들, 다문화 가정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독자(아이디 naebook)는 “내 이야기 같고, 또 우리 이야기 같기도 하다. 출근하자마자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사나 ‘2008년 캥거루족 급증’ 같은 기사를 클릭하는 직장인이라면 읽어봄 직하다”고 적었다.
지은이는 이제 트렌드를 잡아내려고 사회현상이 급속히 확산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누군가가 아무리 엉뚱하고 색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취향이 같은 사람을 10만명 정도 찾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같은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거나 별 영향력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이들은 점점이 떨어져 있어도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연대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세를 불린다. 사람들이 이렇듯 동시에 빠른 속도로 수백 가지 방향으로 갈려 결국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회가 변해갈 거라는 게 책의 중심 주장이다. 독재정권이 나타날 염려도 줄어들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안정적인 통합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은이는 이런 현상이 결국엔 바람직하다고 본다. 모든 트렌드의 이면에는 변화를 추진하는 저마다의 합리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힘이 모여 내일의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게 자연스럽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일주 기자
마크 펜 외 지음·안진환 외 옮김/해냄·1만4800원 “사람들은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세련되고 개인적이며, 지식과 정보를 기반으로 독자적으로 선택을 내리고 있다.” 〈마이크로트렌드〉는 ‘메가트렌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수백, 수천 개의 ‘마이크로트렌드’가 들어섰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책 제목은 그대로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의 〈메가트렌드〉와 대척점에 서 있다. 이제 세상은 굵직한 붓질 몇 번의 총합이 아니라 60억개의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드는 인상파 화가의 점묘화와 같다. 세계적인 홍보회사 시이오로 기업가와 정치인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주며 30년 동안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지은이 마크 펜이 내린 결론이다. 이 책은 지난 1월에 나와 지금까지 6만부 가량 팔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책을 사본 사람들은 주로 마케팅·광고·홍보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라고 한다. 책을 펴낸 해냄출판사 차재호 팀장은 “객관적인 숫자와 데이터 자료를 활용해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책에 소개된 트렌드 75가지가 우리나라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는 점도 매력이다. 대형 마트에 가면 훨씬 싼 값에 간편하게 살 수 있는 목도리나 모자를 뜨려고 뜨개질에 취미를 붙인 청소년들은 쉬는 시간에 십자수에 골몰하는 우리나라 청소년을 연상시킨다. 두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같다. 같은 반 아이들과 경쟁할 때 기죽지 않게 하려고 자녀를 1년 늦게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도 이미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연상녀-연하남 커플이나 게임에 탐닉하는 어른들, 다문화 가정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서점 예스24의 독자(아이디 naebook)는 “내 이야기 같고, 또 우리 이야기 같기도 하다. 출근하자마자 포털사이트의 여론조사나 ‘2008년 캥거루족 급증’ 같은 기사를 클릭하는 직장인이라면 읽어봄 직하다”고 적었다.
지은이는 이제 트렌드를 잡아내려고 사회현상이 급속히 확산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얘기한다. 누군가가 아무리 엉뚱하고 색다른 선택을 한다고 해도 취향이 같은 사람을 10만명 정도 찾을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같은 선택을 하도록 강요받거나 별 영향력 없이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이들은 점점이 떨어져 있어도 첨단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연대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세를 불린다. 사람들이 이렇듯 동시에 빠른 속도로 수백 가지 방향으로 갈려 결국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사회가 변해갈 거라는 게 책의 중심 주장이다. 독재정권이 나타날 염려도 줄어들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안정적인 통합도 기대하기 힘들다. 지은이는 이런 현상이 결국엔 바람직하다고 본다. 모든 트렌드의 이면에는 변화를 추진하는 저마다의 합리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힘이 모여 내일의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는 게 자연스럽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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