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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소설, 뜰 때 잘하자!

등록 2008-05-09 21:05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

최근 국내 소설시장의 흐름을 간단하게 요약하라면 일본 소설의 급전직하와 한국 소설의 선전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본 소설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2001년에 출판된 일본 소설은 260종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정확하게 그 세 배인 780종이나 출간됐다. 물론 올해에도 출간 종수는 줄지 않았으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제외하고 일본 소설은 모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밀려났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에쿠니 가오리의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회랑정 살인사건> 같은 신간이 소설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올라 있긴 하지만 거대한 ‘일류’를 형성했던 지난해의 분위기에 비하면 일본 소설에 대한 반응은 싸늘해졌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이렇게 돌변한 이유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 독자들이 비슷비슷한 분위기의 일본 소설에 식상했기 때문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모방범>의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한 일부 장르소설 작가의 마니아층이 여전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독자들이 새로운 감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출판사들이 일본 소설 확보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는 바람에 일본 소설의 선인세가 적게는 세 배, 많게는 열 배까지 오르는 등 과열 조짐마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무리를 해서 판권을 확보한 출판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다.

한국 소설은 지난해에 이어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넘나들고 있다.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스타일>(백영옥),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완득이>(김려령),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 당선작 <하늘다리>(우영창), 제1회 뉴웨이브문학상 당선작 <진시황 프로젝트>(유광수) 등 신인작가의 문학상 수상작들이 일제히 소설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당당하게 차지했다. 무엇보다 칙릿, 청소년 소설, 증권소설, 팩션 등 소재가 다양하다. 또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작가들이 대중독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것으로 여겨질 만큼 흡인력 있는 소설을 내놓고 있다. 한국 소설이 약진하자 공지영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외수의 <하악하악>, 신달자의 <나는 마흔에 생의 걸음마를 배웠다> 등 우리 작가들의 에세이들도 함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데는 작년에 <바리데기>의 황석영, <남한산성>의 김훈, <친절한 복희씨>의 박완서, <즐거운 나의 집>의 공지영 등 21세기 들어서도 인기가 식지 않은 중견작가들의 신작이 연이어 출간돼 우리 소설의 약진을 이뤄내면서 젊은 독자들의 관심을 우리 소설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는 점, 문학출판사와 언론사, 평단 등이 문학상 운영을 통해 좋은 소재, 새로운 감성, 새로운 작가를 찾으려 노력을 기울인 점, <촐라체>의 박범신과 <개밥바라기 별>의 황석영 등 중견까지 나서서 악플을 각오하며 온라인으로 젊은 독자를 끌어들인 헌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처럼 조성된 좋은 분위기를 장기적으로 안착시키고 나아가 확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흥미로운 소재의 발굴 차원을 넘어서서 문학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키우는 데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언제든 지금의 분위기는 일장춘몽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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