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봉의 문학풍경
최재봉의 문학풍경 /
<천변풍경>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 구보 박태원에게는 생일이 여럿이다. 부친에 관한 일이라면 뭐든지 열성으로 챙기는 구보의 둘째아들 재영씨가 정리해 놓은 바에 따르면 사정은 이러하다: 원래의 호적에는 1909년 12월7일 출생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음력을 가리킨다. 양력으로 환산하면 1910년 1월17일이 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전쟁과 월북 이전, 집안에서는 생일을 양력 1월6일로 세었다. 1999년 북에서 발급한 ‘애국렬사증’에는 1909년 12월7일생으로 되어 있으며, 구보의 의붓딸 정태선(정인택의 둘째딸)이 북쪽 문예지 <통일문학>(2000년)에 기고한 ‘나의 아버지 박태원’에도 1979년 12월7일 생일 70돌에 훈장과 생일상을 받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니까 엄밀하게 따지자면 박태원의 탄생 100주년은 내년이 맞다. 그러나 유족과 학계, 문단 등은 올해 12월7일을 100돌로 잡아 기념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학구파 연출가 성기웅은 지난 연말 박태원과 이상, 정인택을 주인공으로 삼은 연극 <깃븐 우리 절믄날>을 무대에 올렸다. 2007년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에 이어 박태원과 이상을 등장시킨 두 번째 작품이었다. 그는 “박태원과 이상이 나오는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을 2010년 공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박태원의 생년을 이상과 같은 1910년으로 삼았더라면 한결 뜻깊은 공연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성기웅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구보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는 착착 준비되고 있다. 우선 한국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은 5월7~8일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마련한다. 박태원과 신석초, 김환태, 현덕, 모윤숙 등 1910년생 문인 여덟 사람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문학제에서 박태원에게만은 두 사람의 발표자를 배정해 그의 높은 비중을 짐작하게 한다. 대산문화재단은 이와 함께 민정기, 이인 등 화가 열 사람으로 하여금 <천변풍경>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하여 가을께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6월15일~7월5일 서울 마장동 청계천문화관에서는 작가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기념 전시회가 열린다. 돌 담배함과 목제 책장, 원고지 보관함, 벼루, 인지 도장 등 유품과 동료 문인 및 지인들이 사인한 구보의 결혼 축하 방명록, 친필 엽서, 작품 원본, 월북 이후 사진 등이 나온다. 전시 기간 중에는 평론가 이어령씨 등이 연사로 나서는 시민을 위한 강연회도 마련된다.
역시 전시회 기간 중 시민 참여로 진행되는 ‘구보 따라 걷기’ 행사는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주인공 구보의 동선을, 안숙원 부경대 교수의 인솔에 따라 되밟아 보는 행사다. 이밖에도 7월3~4일 이화여대에서는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와 해외 번역자 초청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올 한 해 박태원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움직임은 다채롭게 펼쳐질 참이다. 박태원은 전쟁 중에 월북했다. 서울에서 모더니즘의 첨단을 달리던 그는 북에서는 대하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 창작에 주력했다. 드물게 남과 북에서 두루 평가받는 그의 탄생 100돌 기념행사를 남과 북이 함께 치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역시 전시회 기간 중 시민 참여로 진행되는 ‘구보 따라 걷기’ 행사는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주인공 구보의 동선을, 안숙원 부경대 교수의 인솔에 따라 되밟아 보는 행사다. 이밖에도 7월3~4일 이화여대에서는 ‘구보 박태원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와 해외 번역자 초청 심포지엄이 열리는 등 올 한 해 박태원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움직임은 다채롭게 펼쳐질 참이다. 박태원은 전쟁 중에 월북했다. 서울에서 모더니즘의 첨단을 달리던 그는 북에서는 대하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 창작에 주력했다. 드물게 남과 북에서 두루 평가받는 그의 탄생 100돌 기념행사를 남과 북이 함께 치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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