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책방 순례/고래서점
고래서점은 세 군데다. 용산구 보광동 오산학교 부근, 숙대입구역(지하철 4호선) 근처, 그리고 인터넷 온라인. 이 가운데 보광동 것이 남순복(62)씨가 시작한 원조. 숙대입구역은 동생인 순운(52)씨의 새책방, 온라인은 아들이 4년 전 시작한 헌책방이다.
원조 보광동 고래서점(02-793-0039)은 지하철 6호선 이태원 역에서 한강 쪽으로 버스 두 정거장 거리, 0015번 종점 근처다. ‘그곳에서 좋은 책을 구했다’, ‘책값이 헐하다’는 입소문이 났다. 출판사를 했던 주인 남씨는 청계천을 거쳐 27년 전에 이곳에 정착했다.
주변에 책방이 없고 미국 이민자들의 책이 많이 나와 문전성시였다. 특히 값이 싸 학기 초면 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한산하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새책을 선호하고 더럽다면서 아이한테 헌책을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축도 있다. “사람들이 올챙이적 생각을 못 해요.” 어쩌면 반대로 그가 옛 생각만 하는지도 모른다. 동아대백과사전이 천덕꾸러기로 쌓인 현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다.
책이 안 들어오는 걸까. 온라인 아들 책방으로 옮겨 갔을까. 소설과 수필 등 가벼운 읽을 거리 반, 중고교 참고서 반이다. “책이 나올 때 왕창 나오고 팔리기도 금세지요.” 그런 흔적인 듯 표지가 떨어져나간 딱지본과 40년대에 나온 대학교재가 숨어 있다.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 등 원서들과 김영승의 시집 <취객의 꿈> 등 시집이 많다.
남씨는 사회봉사라고 생각하면서 책장사를 했다면서 돈에 연연했다면 책방을 오래 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 요즘은 조금 후회된단다. 뭘 바라고 한 것은 아니어도 전세살이에다 몸이 망가져 마음조차 불편하다.
그러나 아들들이 정직하게 잘 자라줘 ‘가난한’ 아비의 마음은 부자다. 맏이가 연극배우 동진(34)씨, 둘째가 온라인으로 가업을 이은 동일(33)씨다.
동일씨는 제약회사의 일본지사에서 일하면서 그곳 헌책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회봉사라는 명분도 있고 사업성도 있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그의 인터넷 책방(www.gorebook.co.kr)은 아버지의 상호를 땄고 전화 연락처도 아버지 거다. 자신은 의정부에 따로 40평 창고를 두고 아르바이트생을 써 하루 수백권의 책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그전 수입에 못 미쳐도 책 가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책이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아직 걸음마예요. 10년 앞을 보면서 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년 뒤엔 창고를 넓혀야 한다. 국내에서 자리잡고 나면 중국과 일본에도 지점을 내고 싶다. “아무리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많아도 책을 통한 깊은 전문지식과 비교가 안 됩니다.” 그는 21세기에도 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엽제전우회 군복을 매장 한쪽에 걸어둔 아버지의 눈길이 착 가라앉은 반면, 책과 책방에 관해 얘기하는 아들의 전화 목소리는 무척 상기돼 있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동일씨는 제약회사의 일본지사에서 일하면서 그곳 헌책방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사회봉사라는 명분도 있고 사업성도 있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그의 인터넷 책방(www.gorebook.co.kr)은 아버지의 상호를 땄고 전화 연락처도 아버지 거다. 자신은 의정부에 따로 40평 창고를 두고 아르바이트생을 써 하루 수백권의 책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그전 수입에 못 미쳐도 책 가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그래서 책이 있다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 “아직 걸음마예요. 10년 앞을 보면서 책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1년 뒤엔 창고를 넓혀야 한다. 국내에서 자리잡고 나면 중국과 일본에도 지점을 내고 싶다. “아무리 인터넷을 통한 정보가 많아도 책을 통한 깊은 전문지식과 비교가 안 됩니다.” 그는 21세기에도 책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엽제전우회 군복을 매장 한쪽에 걸어둔 아버지의 눈길이 착 가라앉은 반면, 책과 책방에 관해 얘기하는 아들의 전화 목소리는 무척 상기돼 있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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