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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온라인 · 오프라인 책공간 절반씩 동거

등록 2005-07-28 17:44수정 2006-02-06 20:41

헌책방 순례/대방 헌책음반 사고팔고

 ‘대방 헌책음반 사고팔고’(02-824-8033)는 자기네가 무엇을 한다는 내용 자체가 이름이고 간판이다. 인터넷주소(www.oldbook8949.co.kr) 역시 그렇다. 그런 만큼 여주인 조화영(42)씨의 말은 직설적이다.

 “책방 하려는 분 있으면 찾아줘요. 등록한 책이 2만5천권, 모두해서 3만권 있어요. 권리금 3천만원, 책값 별도고요.” 5년 전의 기억으로 반갑게 맞아놓고 대뜸하는 말이다. “근데, 헌책방 책값은 주인 맘대로지요.” 덧말까지 감안하면 힘들다는 하소연인 셈.

강남중 정문 앞에 자리한 책방은 40평. 오른쪽 반은 도서관처럼 분야별로 정리된 온라인용, 왼쪽 반은 헌책방답게 대충 정리한 오프라인용이다. 주인은 오프라인 쪽에 컴퓨터를 두고 온라인 손님을 응대하다가 오프라인 손님이 오면 자판대화에서 입말대화로 모드를 전환했다.

남편이 ‘기름값도 못 건지면서’ 거둬온 책을 밤을 도와 분류하고, 낮동안 틈틈이 표지를 스캔하여 서지사항과 함께 입력한다. 밤은 밤대로 낮은 낮대로 쉴 틈이 없다. 책을 손질해 꽂아두고 팔 즈음에 서지와 가격을 매기면 그만이던 시절이 그립다.

 “인터넷이 사람을 각박하게 만들어요. 헌책방에 책을 파는 사람들이 리스트상의 값에 견줘 쳐달라고 해요. 책이 달리니 어쩔 수 없이 그런 값에 사게 돼요. 당연히 값이 비싸지죠. 전에는 헌책방 인심이 후했는데….”

서지가 사이트에 올라가는 즉시 책들은 온라인 공간으로 이동한다. 주목할 만한 책은 첫페이지에 표나게 올린다.


 “온라인 손님은 굉장히 민감해요. 좋은 책 올리면요~, 어떻게 알고 오는지 귀신 같아요.”

온라인은 달리는 자전거 같아서 계~속 책을 올려야 한다. 그러니 일에 치어산다. 책은 내용과 무관하게 제목과 서지, 그리고 무게로만 존재한다.

온라인 단골은 그들이 사는 책의 종류와 주문·배송 과정에서 직업과 성품을 짐작한다. 마침 주문이 들어온 책들을 포장하면서 “학교에 계시는 분 같다”고 말했다.

 “주문하고는 몇시간마다 전화를 하는 분도 있고요. 책을 받아보고는 생각과 다르다면서 물러달라는 분도 있어요.” 그래서 정해둔 원칙. 주문한 것과 다른 책을 보냈거나 책 상태를 설명하지 않았거나, 잘못의 책임이 책방에 있는 경우 외에는 반품이나 환불은 없다.

리스트에 오른 책을 찾지 못해 낭패인 때도 잦다. 온라인쪽 공간을 마냥 닫아둘 수는 없어 책손님한테 공개하면서 책을 보고 제 자리에 두라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주문한 책이 없잖아요? 그러면 화를 내는 분들이 많아요. 할 수 없죠 뭐. 사과하는 수밖에. 배송하면서 주문서에 사과메모와 더온 돈을 되돌려 보내요.” 큰 박스 귀퉁이를 적당히 갈라 척척 굽힌 뒤 테이핑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쾅 소리에 깜짝 놀라 보니 가로로 쌓아둔 고서 여러 권이 전축 위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에고, 우리집 재산 다 넘어가네.” 잠시 기자가 뒤적거리며 <일대의 유업>(염상섭, 을유문화사, 1960), <비정의 곡>(정비석, 삼중당, 1973) 등을 구경한 뒤끝이었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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