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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기 아니면 없는 책 두루두루 눈에 띄네

등록 2005-10-13 17:21수정 2006-02-06 20:52

헌책방 순례/진주 ‘소문난 서적’

4년만이다. 진주 ‘소문난 서적’(055-753-1238)은…. 그도 그럴 것이 해마다 가는 지리산행이 유평리로 마무리되는 경우, 상경 고속버스를 타기에 앞서 일행과 떨어져 잠시 들르는 데이기 때문.

일부러 내려가 찾을 만큼 헌책방과 헌책에 몸살앓지 않는 자에게 지방의 헌책방은 다른 무엇을 하는 김에 들르는 곳일 수밖에.

‘소문난 서적’에서 뭘 바라는가. 새 책 값으로 두세 권 사기, 눈먼 책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얕은 수작 외에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책 구경하기. <진주지명사>(진주문화원 펴냄), <진양지명사>(진양문화원 펴냄) 따위.

흙투성이 배낭에 서울말씨의 꺼칠한 자의 시선이 그러한 책을 탐할 때 주인의 눈에 ‘뜨네기 산적’은 ‘웃기는 짜장면’이 아니겠는가. 주인과 객은 서로 사투리를 말하고 서로한테서 사투리를 듣는 형국. 그나마 가운데 둔 책들이 공통의 언어로 쓰여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서울행 버스가 성미 급한 백마처럼 기다리는 터, 쓰윽 한번 둘러보고 주인장 사진 한장 철컥 찍는 것으로 현장취재 끝. 이하는 전화 귀동냥이다.

주인 이무웅(62)씨는 헌책방 경륜 42년. 경남 일원에 없는 책을 갖추었다는 자부심이 크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일성록>, <문집총간> 등 거질을 책방 또는 자신의 집에 꽂아두고 있다. “몇 해 걸렸어요. 서울, 대구, 부산 등에 갈 때면 재고도서점이나 헌책방을 주의깊게 살펴 짝을 맞췄습니다.” 필요한 사람들한테는 자료로 기꺼이 제공한다. 도움 받은 사람은 글 가운데 ‘소문난 서적의 도움을 받았다’고 언급하고 이씨는 그것으로 자부심을 느낀다. 7남매 중 맏이인 그는 중3 때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왔다. 군입도 덜고 동생들 학비도 벌 겸 문산읍 어느 학교 앞에서 만화책 좌판을 벌였다. 빌려주고 교과서와 바꾸고 하면서 돈을 모아 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책방모양을 갖추고 넓혀 지금에 이르렀다. 자신은 검정고시로 대학까지 나왔다.


‘권위 있는 책’을 두루 갖춘 것과 그가 입지전적인 장남임과는 동격이 아닐까. 흔히 족보는 장남이 보관하고 장남은 그로 인하여 장남임을 드러내지 않는가.

4년 전 “그런 책을 보는 사람이 책값 깎아서는 안된다”며 당당하던 이씨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연말까지 가게를 비워달라는데 마땅한 데가 나설지 걱정이다. “아들이 물려준대도 싫대요. 아버지대로 끝내라면서요.” 그는 ‘더 들을 얘기 있어요?’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10여군데 헌책방은 ‘소문난 서적’외 세 군데로 줄었다. 젊은 주인이 작년에 열어 의욕적으로 꾸려가는 즐겨찾기 서점(최준·055-837-6409), 경서 관련 영인본을 많이 갖춘 동훈서점(이숙희·055-758-4492), 셔터가 자주 내려지는 문화서점(055-753-1773)이 맥을 이을 따름이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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