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이 주의 시인, 김재석
구름의 파업
구름의 귀는 얇은 것인가
누가 구름에게 거슬리는 소리를 하였기에
누가 구름에게 거슬리는 소리를
구름에게 고자질해
구름은 배가 난 것인가 구름은 빈둥빈둥 놀기만 하고
순한 짐승들에게마저
등을 돌리니 구름은 변덕이 심해 믿을 놈이 못 된다고
누군가가 뱉은 말을
사람들 전부의 말로 알아들은 것인가 자신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우연히 듣고
배가 단단히 난 구름이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떼는 것인가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라는,
오색구름이 꽃을 피우며라는 가사를
구름은 들어봤을 것이 틀림없는데 자신을 귀히 여기는 말에는 귀를 닫고
거슬리는 말에만
귀를 연 구름은 결벽증 환자인가
(이 말도 구름의 귀에 들어갈까 무서워야) 구름은 배가 나면 오히려 냉정하니
구름이 배를 돋우어
이성을 잃고 난장을 피우기도 해야,
순한 짐승들이 목마름을 해소하지 구름의 귀는 두꺼운 것인가 시집 <구름에 관한 몽상>(작가세계, 2015)에 수록
누가 구름에게 거슬리는 소리를
구름에게 고자질해
구름은 배가 난 것인가 구름은 빈둥빈둥 놀기만 하고
순한 짐승들에게마저
등을 돌리니 구름은 변덕이 심해 믿을 놈이 못 된다고
누군가가 뱉은 말을
사람들 전부의 말로 알아들은 것인가 자신의 귀에 거슬리는 말을 우연히 듣고
배가 단단히 난 구름이
못 들은 척 시치미를 떼는 것인가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라는,
오색구름이 꽃을 피우며라는 가사를
구름은 들어봤을 것이 틀림없는데 자신을 귀히 여기는 말에는 귀를 닫고
거슬리는 말에만
귀를 연 구름은 결벽증 환자인가
(이 말도 구름의 귀에 들어갈까 무서워야) 구름은 배가 나면 오히려 냉정하니
구름이 배를 돋우어
이성을 잃고 난장을 피우기도 해야,
순한 짐승들이 목마름을 해소하지 구름의 귀는 두꺼운 것인가 시집 <구름에 관한 몽상>(작가세계, 2015)에 수록
‘구름’이 파업할 수밖에 없는 현실 파업은 노동 조건을 유지 또는 개선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일을 하지 않는 ‘파업’은 일을 하는 ‘노동’의 단순한 반대말이나 결여태가 아니다. 파업은 ‘하지 않음’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 즉 역설적이게도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행위로서 무위(無爲)를 행하는 일이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잠시 쉬는 휴업과 다르고, 일을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실업과도 다르다. ‘구름’은 왜 파업하는가. 이 시에서 구름은 세상의 일에 관심이 없고, 누구의 어떤 말과 행위에도 반응하지 않는 매우 소극적인 모습으로 묘사된다. 구름이 파업하는 이유는 정확히 서술되어 있지 않은데, 시적 화자가 진술하는 구름의 파업은 이기적이고 불순한 태업(怠業)의 양상마저 띤다. 그렇다면 구름의 일(업(業))은 무엇인가. 단서는 두 가지다. 현재 구름이 “순한 짐승들에게마저/ 등을 돌리”고 있는 것과, 그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지 않고 있는 것. 구름의 일은 비가 되어 지상의 목마름을 적셔 주는 일이다. 구름의 파업이 시적 화자에게 밉살스러운 ‘태업’으로 비치는 것은 지상의 목마름이 그만큼 갈급함을 반증한다. 지상의 목마름의 대상은 ‘비’의 물질적 혜택에 한정되지 않는다. 유사 이래 인간이 ‘구름’에 기탁해 온 모든 덕목, 꿈, 희망, 이상, 몽상, 자유, 비상(飛上), 경계 없음 등을 아우른다. 구름이 파업하는 현실은 구름이 상징하는 ‘다른 가능성’들과 ‘사방으로 무한히 열린 길’이 막힌 현실을 뜻한다. 이 순간, 우리 앞에 떠오르는 것은 다시 시와 문학의 오랜 능력이며 전통이다. 자신을 부정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과 세계의 미래를 긍정하며 분투해 온 능력. 현실의 불능과 불의에 눈을 감느니 차라리 파업함으로써 항거해 온 전통. 무위를 행위로, 침묵을 함성으로 마침내 바꾸며 다른 세계의 비전을 펼쳐 온 능력과 전통. 김수이 문학평론가·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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