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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터넷 거래 주로 하지만 찾아오는 손님이 더 반갑다

등록 2005-11-17 18:59수정 2006-02-06 20:55

헌책방 순례/인천 부개동 책사랑방

책사랑방(032-501-5011·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은 문 연 지 채 2년이 안 된 새내기다. 주인 오한택(37)씨 역시 새내기다.

오씨는 개점 초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육이 무척 아팠다. 눈도 침침하고 따끔따끔해서 눈을 감고 쉬어야 할 정도였다. 책먼지 때문에 가래도 많이 생기고 목도 아팠다. 적지만 사기도 당했다. 한두 권씩 세차례 책을 사간 아주머니가 어느 날 급히 4만5천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5만원을 선뜻 ‘빌려’주었다. 물론 그 이후 아주머니는 소식이 없다. 모두 수업료거니 한다.

손님은 하루 다섯 명 안팎이다. 오씨는 “월세 내고 책 사들이고, 손님과 탕수육도 시켜먹지 않느냐”며 느긋하다. 애초 온/오프 겸할 생각이었는데 자리가 외지고 2층이어서 온라인에 주력한다.

하루 50권 정도 올리고 20권 정도 나간다. 바쁠 때는 100권까지 올렸는데 요즘은 뜸한 편이다. 오전에 홈페이지(www.booksarang.com)에 올리고 오후 4시에 주문을 마감하고 5시께 발송한다. 스캔하고 이미지와 서지를 올리는 등 반복되는 일이라 따분하다. 인터넷 거래는 사람냄새가 없는 편이다.

찾아오는 손님이 무척 반갑다. 서울, 수원, 일산 등 외지 손님일 때가 많다. 밖에서 손전화를 받으면 피시방에서 기다리라고 부탁한다. 사용료는 대신 내주거나 책값에서 빼준다. 화내는 사람이 의외로 없단다.

온·오프를 겸하니 부작용이 있다. 책을 찾지 못해 주문에 응하지 못하는 때가 종종 있다는 것. 가나다, 또는 작가순으로 정리한 책이 손을 타 흐트러지면 우연히 눈에 띄지 않으면 용빼는 재주가 없다. 그래서 책꽂이에는 ‘보신 책은 꼭 제 자리에’란 메모가 붙어 있다.


쉬는 날도 없이 일하다가 요즘은 일요일은 쉰다. 평생 이 일을 하려면 잘 쉬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데 아이들과 밖에 나가 놀다가도 책방을 보면 직업병이 도진다. 새책방, 헌책방 가리지 않고 들어가 책을 산다. “책 사는 것도 중독이더라고요.”

어떤 손님이 책을 무지하게 많이 사기에 좋아라 했는데 알고보니 다른 데서도 똑같았다. 그런 손님은 읽기보다는 책장을 채우려는 목적이 크다. 눈길을 끄는 책은 있어도 또 사고, 남들한테 넘기기도 한다. 책꽂을 공간이 모자라면 솎아내고 또 채운다. 수집가가 훑고간 자리는 멀쩡한 책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 책방엔 변변한 책이 없더라’는 소문이 나면 나머지 책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는 그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파는 게 능사가 아님을 깨달았다는 오씨는 ‘양서’의 경우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올린다. 소수가 책을 독점하는 것을 막고 적더라도 꾸준한 매출을 위해서다.

어떤 책은 겉보기와 달리 내용이 부실하다면서, 어떤 책은 이미 주문이 들어온 것이라면서, 어떤 책은 읽지 못할 것 같지 않으냐면서 사지 말라고 권했다.

그는 책방을 1층으로 옮겨 손님을 대면하고 직원을 두는 게 꿈이다. 커피 끓이는데 쓰는 버너를 내년에는 산에 가서 쓰게 되기를 바라는 작은 꿈도 있다.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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