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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형제가 함께하는 인터넷서점 재고 4만권…3만원 이상 무료배송

등록 2005-12-08 18:29수정 2006-02-06 20:57


헌책방 순례/책의 향기

장기완(53), 장기성(52)씨 형제가 운용하는 인터넷 헌책방 ‘책의 향기’(www.bookperfume.co.kr)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구청 맞은 편 골목에 있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건물주인이 싸게 빌려준 탓에 이 책방은 주택가까지 파고든 유흥업체 사이에 끼어 향기를 풍긴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30평 지하에 책들이 수런수런 얘기를 한다. 눈에 익은 느낌이 드는 것은 책방 꼴이 동네책방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반을 갈라 한쪽은 참고서, 다른 한쪽은 일반서적이다. 물론 각각의 반절은 일관된 원칙 아래 정리돼 있고 넘친 책은 그 어름 바닥에 누워 쌓였다. 책찾기가 쉬운 탓일까. 한번 휘돌면 전모가 잡힌다. 그러나 이와는 별도로 어른 턱까지 차오른 책더미는 표면만 보여줄 뿐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기성씨 말처럼 별 것 없지는 않은 것이 책등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제목들이 심상치 않다.

작은 사무실에는 컴퓨터가 3대, 프린터가 1대 갖춰져 있고 책상에는 전날 메인 페이지에 올린 책들을 비롯해 ‘힘센’ 책들이 모셔져 있다. 벽에는 <찔레꽃> <국사대관> 등 비교적 오래된 낡은 책들이 꽂혀있다. <완역 용비어천가> 상중하(이윤석, 효성여대 한국전통문화연구소), <한 사가의 유훈>(이홍식, 통문관)이 도드라졌다. 넘쳐나 책꽂이 아랫도리를 가린 책 사이로 비교적 멀쩡한 <임꺽정> 낙질 화적편이 숨어 있다.

사진 찍기 싫다는 기성씨를 꼬드겨 자리에 앉혔다. 넓고 두꺼운 안경알 너머 선량한 눈빛이다.

“원래 수집상으로 시작해 도매를 했어요. 그런데 헌책방들이 하나 둘 없어지면서 책을 대줄 데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팔게 된 거예요. 책을 버릴 수는 없잖아요?” 1985년 다른 장사를 그만두고 시작한 책 장사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2003년 인터넷 서점을 열면서 공무원을 명퇴한 형 기완씨도 가세했다. 선발 동생이 책을 사들이고 후발 형의 몫은 파는 일이다. 인터넷 등록은 주부 1명이 시간제로 맡았다. 하루 150여권을 올리면 50~70권이 나간다. 현재 인터넷에 표시된 재고는 3만여권. 올리지 못한 책을 포함하면 4만권쯤 된다. 최근 20평 창고를 새로 얻어 굽어지고 쌓인 책들을 펴놓을 생각이다. 책찾기가 지금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본다.

3만원을 넘으면 거저 부쳐주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는 한번 주문이 웬만하면 3만원을 넘었는데 요즘은 필요한 것만 한두 권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헌책방은 희망이 있다고 봐요.” 기성씨는 도매 시절 거래하던 책방들과 협력관계를 맺어 이곳에 없는 책도 찾아서 배송해 주려고 한다. 그리고 교과서와 참고서를 고루 갖춘 것은 남다르다. 그는 눈길을 확 끌만한 주도품목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구별로 또는 몇개 구가 합쳐 헌책방 거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부산 보수동이나 청계천처럼 특성화하면 손님과 책방은 책 거래하기 쉽고 구에서도 명물거리로 파생효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자연스럽게 모여든 신촌의 헌책방들이 부럽다.

들어올 때 함께 있었던 형 기완씨는 인터뷰 내내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글·사진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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