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순례/모아북
<훈몽자회>(단국대 동양학연구소, 1983), <희망은 아직 버릴 수 없다>(김소운, 남향문화사, 1964). <조선 탑파의 연구>(고유섭, 을유문화사, 1948). 책방에 없던 책들이 인터넷사이트(moabook.co.kr)에 떠 있다. 회원들이 책을 팔고 사도록 했다더니 그것이군! 5% 수수료에 입금관리를 해준다는, 손해 볼 때도 있지만 사이트를 풍요롭게 한다는….
마포구 성산동 모아북(02-324-8789)의 저녁 7시는 한산하다. 문 닫을 무렵이려니와 배송료를 아끼려는 손님이나 동네사람 또는 단골이 들를 뿐 굳이 찾아가기 어려운 곳에 자리잡은 탓이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과 월드컵경기장 중간, 찾기는 쉬운데 큰길에서 서점까지 낙차가 무척 크다.
2층 철문을 열면 25평 공간이 주인 천우용(46)씨 표정 만큼이나 밝다. 깔끔하게 정리한 서가에서 밝음은 두배가 된다. 명퇴전 대우차에서 부품창고 관리를 한 그는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정리함으로써 책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했다고 자랑이다. 상태가 좋은 책만을 취급함과 아울러 입금당일 배송하는 원칙을 지킬 수 있다는 것.
입구의 컴퓨터 부근에는 입력을 기다리는 책이 쌓였고 그 뒤에는 배송할 책들이 주문서를 물고 대기 중이다. 책꽂이 사이를 ㄹ자로 돌고 나서 드는 느낌은 ‘책이 묽다!’ 보통 헌책방이 괜찮은 책을 책꽂이의 눈높이 부근에 꽂아두는 데 반해 이곳은 몇 개의 분야를 나눠 그 안에서 출판사별 가나다 순으로 꽂아두었다. “못 찾는 때는 거의 없어요.” 넘쳐나 바닥에 쌓인 책도 그 원칙대로다. 공간 제약이 없을 듯한 인터넷책방. 하지만 천씨는 공간이 적어 사들인 책을 바로바로 인터넷에 올릴 수 없다. 현재 따로 둔 2개의 창고에는 올리지 못한 책들이 그득하다.
2003년 공덕동 서점을 인수해 인터넷으로 시작했다는 천씨는 “책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애초 2만권은 거의 쓸모가 없어 버렸다. 이젠 잘 팔리는 책, 손님이 좋아하는 책 정도를 구분한다는 겸사다. “주인이 적당히 몰라야 재미있지 않겠어요?” 속간하기 전의 <창작과비평> 마지막 호를 2000원에 팔았는데 알고보니 2만~3만원 하더란다. 대부분의 책들은 정가의 30~40%선.
한 손님은 김흥호의 <양명학 공부 2>를 뽑아 한참 뒤적이고 유재현의 <시하눅빌 스토리>와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를 만지작거렸다. 퇴근 뒤 종종 들르는 단골이랬다.
요즘은 하루 10건 30~50권이 나간다. 다들 경기가 안 좋으니 그러려니 한다. 부부가 함께 일해 가겟세 내고 생활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큰 방향은 천씨 몫, 입력이나 배송 등 꼼꼼이는 아내 지성경(40)씨 몫이다. 부업으로 식당에 위생물수건 기계를 빌려주고 재료를 대는 일을 한다. 지금보다 2배 정도만 불리면 괜찮을 거라는 희망이다. 현재 부장급인 옛 직장의 동료들이 퇴직에 몰려 막막해 한다면서 자신은 일찌감치 방향 전환해 다행이라 여긴다. 나오는 길은 깊은 밤에서 초저녁으로 가는 느낌. 북카페에 손님이 듬성듬성하고, 큰 길에 좀더 가까운 숯불갈비집은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금세 두고온 책방이 그리운 것은 추위 탓만은 아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요즘은 하루 10건 30~50권이 나간다. 다들 경기가 안 좋으니 그러려니 한다. 부부가 함께 일해 가겟세 내고 생활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큰 방향은 천씨 몫, 입력이나 배송 등 꼼꼼이는 아내 지성경(40)씨 몫이다. 부업으로 식당에 위생물수건 기계를 빌려주고 재료를 대는 일을 한다. 지금보다 2배 정도만 불리면 괜찮을 거라는 희망이다. 현재 부장급인 옛 직장의 동료들이 퇴직에 몰려 막막해 한다면서 자신은 일찌감치 방향 전환해 다행이라 여긴다. 나오는 길은 깊은 밤에서 초저녁으로 가는 느낌. 북카페에 손님이 듬성듬성하고, 큰 길에 좀더 가까운 숯불갈비집은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금세 두고온 책방이 그리운 것은 추위 탓만은 아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연재헌책방 순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