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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름다운 가게’서 뻗어나온 책방…책은 기증받고 직원은 자원봉사

등록 2006-01-19 18:46수정 2006-02-06 21:00


헌책방 순례/뿌리와 새싹

엷게 화장한 여인처럼 페인트와 니스 냄새가 난다. 신촌의 헌책방 ‘뿌리와 새싹’(02-392-6004)은 지난해 12월에 문을 연 새내기다.

어쩌면 이렇게 찾아가기 힘들도록 꼭꼭 숨었을까. 가까운 신촌역은 자투리 경의선을 지키는 화석과 같은 존재. 횡단보도 앞에서 책방 가는 화살표 구실을 하는 신촌지구대 역시 유동인구와는 무관하다. 골목길을 15미터 정도 걸어 오른쪽으로 틀면 다시 더 좁은 골목. 막다른 끝에 다른 한옥들과 이마를 맛대고 있다.

책방 입구. 우선 나무가 심겨진 양변기로 마음을 추스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을 들어섰을 때의 놀라움을 책임 못진다. 카페! 벽과 책꽂이의 아기자기한 책들은 여기저기 앙증맞게 앉은 곰인형과 함께 소품이다. 납작 테이블에 시디플레이어와 난로가 있고 그 앞에 앉은뱅이 의자가 두어 개. 중간에 자리잡은 책속의 빈터가 책방의 중심을 잡고, 맞은 편 싱크대에 녹차(200원), 커피(300원)를 마실 수 있는 다구가 진열돼 했다. 테이블과 의자가 없다 뿐, 그냥 북카페다.

헌 물건을 재활용 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해 전국에 59곳의 매장을 둔 ‘아름다운 가게’(공동대표 박성준, 손숙, 윤팔병)에서 헌책만을 특화해서 개설한 ‘뿌리와 새싹’은 파주 ‘보물섬’에 이어 두번째 전문 헌책방이다. 설립 취지에 걸맞게 인테리어 컨셉트도 재활용이다. 헐린 집에서 나온 붉은벽돌을 바닥에 깔고 기와로는 벽을 꾸몄다. 수출품 포장을 하고남은 송판이 창문 자리에서 게시판이 되고, 음식점 카운터는 시디플레이어 테이블이 되었다. 테이블의자의 다리밑동을 툭 잘라 뉘고 그 위에 등받이를 얹으니 훌륭한 앉은뱅이 의자다.

재활용 책과 인테리어 속에 싱싱한 사람들이 무척 대조적이다. 3년 전 아름다운가게에 들어와 ‘움직이는 가게’를 맡다가 지난해 12월 이곳 책임자가 된 박하재홍(29) 간사. ‘책을 잘 모른다’고 하는데 의욕이 철철 넘친다. 12월 매출이 750만원. 개점 프리미엄 탓에 다소 높게 나온 편이기는 하나 사람들한테 입소문이 나면 그 정도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직원(?)은 모두 자원봉사자. 주부, 직장인, 프리랜서 등 18명이 돌아가며 일주일에 하루 한나절씩 판매를 돕는다. 카운터의 최혜인(26)씨는 일러스트레이터. 앞치마를 곱게 두른 그는 ‘자원봉사를 왜 하느냐’는 질문에 ‘뭐 그딴 질문이 있냐’는 표정으로 그냥 “좋아서요”다. 주점을 헌책방으로 탈바꿈시킨 두 디자이너는 재료값만 받았다는데 제비집 책꽂이를 다는 등 아직도 머물면서 마무리 손을 보고 있다.

뽑아온 게 아니라 기증받은 책인 만큼 편차가 크다. <울어라 사랑하는 조국아>(앨런페이튼, 분도출판사), <축구전쟁>(김별아, 웅진), <스물네 개의 눈동자>(쓰보이 마사메, 문예출판사) <베토벤의 머리카락>(지호), <사랑 그 짓궂은 이야기>(박용수, 소나무), <술꾼>(이은홍, 사회평론), <미국속담사전>(옥스퍼드대출판부) 등이 눈에 띈다. 한 손님은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원서를 뽑아들고 의외의 만남이라며 즐거워했다. 가격은 아주 싸다.


책방에서는 한쪽에 전시공간을 두어 2월에는 새만금 관련 도서, 3월에는 평화박물관 관련 자료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여는 시간은 월~토 오전 11시~오후 7시. 책방이 쉬는 오후 7시부터, 법정 공휴일은 오전부터 모임을 원하는 사람들한테 빌려준다. 1인 1000원 또는 1인 1책 기부는 권장사항.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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