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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하+2층, 100평에 꽉찬 책…전국서 제일 큰 소매 겸한 도매상

등록 2006-02-02 19:15수정 2006-02-06 21:01

헌책방 순례/책읽는 마을

형제가 다시 뭉쳤다. ‘책읽는 마을’(02-373-6564·서울 은평구 증산동 163-6)의 이연수(52), 경수(47)씨가 그들. 경수씨가 증산에서 응암을 거쳐 증산동으로 돌아오는 동안, 연수씨는 역촌동, 광명시, 서울역 앞을 거쳐 9년여 자동차용품점으로 곁길을 걷다가 ‘책읽는 마을’에 합류했다.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죠.”

동생 경수씨는 책방 경력 30년, 형보다 선배다. 헌책 도매부문 마당발로 그를 모르면 간첩이란다. 서울외곽, 인천, 제주, 전주, 수원 등 전국에 책을 댄다. 몇 남지 않는 소매를 겸한 도매상 가운데 가장 크다.

6호선 지하철 증산역 4번 출구에서 멀잖은 한국빌딩 2층. 문을 들어서면 와락 펼쳐진 책의 바다가 가슴을 뛰게 한다. 45평. 지난해 5월 형 연수씨가 합류한 것은 경수씨가 건강이 악화되었기 때문. 헌책방 전반적인 불황과 지하매장에서 햇볕을 보지 못한 탓은 아닐까. 한길 가 해가 드는 이곳으로 옮기면서 이사비만 천만원이 들었다.

옛자리로 옮기면서 이사 통에 끊겼던 손님들이 하나둘 찾아온다. 형 연수씨는 서울역 앞 ‘별빛서점’ 때 명함첩을 들춰봐도 연락처가 삐삐나 사무실 전화여서 하릴 없더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책값이 거의 그대로여서 적응하기 쉽다.

“인사동입니다.” 담배를 피워문 손님이 손전화를 받았다. “97년 동아연감 필요없나?” 직원을 두고 자신은 여기저기 책방을 돌면서 책을 수집해 파는 모양. 이것저것 뽑아 5만원어치를 계산하고는 한바퀴 더 돌아 한권을 더 얹어 돈을 치렀다. 주인이나 손님이나 덤 한권은 모른 체다.


<삼국연의>(모두 4권, 연변인민출판사)가 이 빠진 채 꽂혔고 휴대용 <한국의 새>(엘지상록재단), 혜성서점에서 보았던 <쌍훈기봉> 낙질이 보였다. 영인본이 무척 많은 게 특징. <한국한시문전집> <한국문헌설화전집> <상해 독립신문> <한국구비문학대계> <여지도서> <서산민속지> 등의 거질이 표도 없이 쌓였다.

특별개방한 지하는 55평, 그야말로 책창고다. 이곳 책은 서늘한 온도 탓에 서물이라기보다 냉동창고의 사과나 동태 같다. 나이트클럽이나 술집용으로 설계한 듯 홀과 여러 개의 방으로 되어 책을 돌아보는 게 술래잡기 하는 듯하다. 연수씨는 책의 대강 소재는 알지만 자세히 모른다면서 손님들이 와서 필요한 것을 고른다고 전했다.

“전에는 기자 손님들이 많았어요. 책도 많이 보고요.”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학구열이 줄었는지 수입이 줄었는지 모르지만 책을 멀리하는 요즘 세태와 무관하지 않을 게다. 서울역 앞에서와는 달리 도매상이 주요손님이어서 전화로 거래하고 드나드는 일반인은 그리 많지 않다. 처음 들어섰을 때의 놀라움은 9년만의 기억에 방문자에 대한 반가움이 겹쳤을 터.

“형제가 함께 사진을 박자”는 말에 두 사람 다 손사래를 쳤다. 아픈 사람은 사진을 찍지 않는다면서…. 입구의 세워둔 자전거는 운동치료용. 불광천변 산책로에서 약해진 몸을 다스린다. 형제가 함께여서 그나마 가능하다. 불광천 변에 봄이 오면 경기도 풀리고 손님들도 많아지지 않겠는가. 덩치 큰 이무기가 작은 못에서 운신을 못해 몸살을 앓듯이 ‘책 읽는 마을’의 작은주인 역시 그런 것은 아닌지.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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