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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오징어 게임’, 국내선 호불호 갈리는 이유

등록 2021-09-24 04:59수정 2021-10-19 18:02

넷플릭스 TV쇼 1위…한국 드라마론 처음
한국선 “꿀잼” VS “식상” 팽팽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잭팟’이 터졌다. 극중 게임에 걸린 최종 상금 456억원의 가치보다 더 높은 성과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전세계 넷플릭스 티브이(TV) 쇼 부문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 얘기다.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전체 9화 분량의 드라마 시리즈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연출했고, 배우 이정재·박해수가 주연을 맡았다. 거액의 빚을 지는 등 벼랑 끝에 몰린 ‘밑바닥 인생’들이 최종 우승하면 456억원을 차지하는 게임에 목숨을 걸고 참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lt;오징어 게임&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공개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라 국내 넷플릭스 순위 정상을 차지한 건 예상된 수순이었다. 놀라운 건 다른 나라에서의 반응이다. 25일 세계 영상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을 보면, <오징어 게임>은 전세계 넷플릭스 티브이 쇼 부문 1위에 올랐다. 한국 영화 <승리호>와 <살아있다>가 전세계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한국 드라마가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라별로 보면, <오징어 게임>은 미국, 독일, 브라질,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 66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외국에서의 평가 또한 우호적이다. 영상 콘텐츠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오징어 게임>의 신선도 지수는 이날 현재 100%다. 평점을 준 전문가는 7명으로 그 수가 많지는 않지만, 전원이 호평했다. 일반 관객의 평점을 보여주는 팝콘 지수는 88%(322명 참여)다. 또 다른 평점 사이트 아이엠디비(IMDb)에서 <오징어 게임>은 10점 만점에 8.3점을 기록하고 있다. 8점대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평점을 매긴 1만6393명 중 28.4%인 4654명이 10점 만점을 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lt;오징어 게임&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호평 일색인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반응이 갈린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은 국내에서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데스 게임’ 장르를 한국적 정서로 변주했다는 점을 든다. 목숨을 건 승부의 긴장감에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오징어 게임 같은 추억의 어린 시절 놀이와 절절한 사연을 지닌 인물들의 애틋한 정서가 어우러져 차별화된 재미와 공감을 안긴다는 것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데스 게임 형태의 콘텐츠가 새로운 건 아니지만, 그 안에 담은 캐릭터가 차별점을 지닌다”며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노인 등 주로 잉여집단이나 낙오자로 그려져온 소수자들을 주요 인물로 설정한 것도 극찬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 하는 극한 경쟁에 내몰린 현대인들에게 공정이란 무엇인지를 곱씹게 만드는 주제의식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많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lt;오징어 게임&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반면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죽음의 게임을 다룬 일본 영화 <신이 말하는 대로> <배틀로얄>,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 등의 요소들을 짜깁기한 것 같다거나, 인물들의 사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극의 전개가 늘어진다는 의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일부 캐릭터의 과장된 연기와 틀에 박힌 대사, 목적을 위해 몸으로 상대를 유혹하는 여성 캐릭터 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왜 이런 온도차가 생기는 걸까? 국내에선 평소 다양한 국외 콘텐츠를 접해온 이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에다 한국 영화·드라마 특유의 신파적 요소를 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익숙한 것과 익숙한 것의 조합이 기시감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이 외국 시청자들에겐 되레 흥미를 당기는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이채롭다. 익숙한 장르물의 문법을 취함으로써 진입장벽을 낮추는 한편, 끈적한 사연을 지닌 캐릭터와 동심을 상징하는 알록달록한 시각적 장치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456개의 침대를 블록처럼 쌓아 올린 숙소, 분홍빛 계단, 초대형 놀이터 등 컴퓨터그래픽(CG)을 최소화하고 직접 만든 세트가 눈길을 끈다. 김효정 평론가는 “외국 관객들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열광하는 건 일반적인 스릴러 장르를 미묘하게 살짝 비틀었기 때문”이라며 “<오징어 게임>도 비슷한 이유로 빠져드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lt;오징어 게임&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한편에선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과 콘텐츠의 궁합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콘텐츠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 상위권 목록을 보면 잔잔한 콘텐츠보다는 자극적이고 오락성을 갖춘 장르물이 대부분”이라며 “이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보며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이 어떻게 해야 글로벌 오티티(OTT) 시장에서 잘 먹히는지를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이와 비슷한 콘텐츠가 더욱 늘어날 텐데, 어떤 면에선 긍정적이지만 쏠림 현상이란 측면에선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며 “결국은 각각의 플랫폼과 잘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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