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N번 보는 슬램덩크, 마치 처음처럼 땀 송글…“내일 또 와야지”

등록 2023-01-31 07:00수정 2023-01-31 09:16

갈수록 뜨거워지는 ‘슬램덩크’ 신드롬 ((🏀))
지난 27일 찾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모습. 서정민 기자
지난 27일 찾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모습. 서정민 기자

지난 27일 낮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엔 구불구불 긴 행렬이 늘어서 있었다. 지난 26일부터 새달 7일까지 운영 중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이었다. 원작 팬인 중년층 위주로 붐빌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0~30대 젊은 여성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

줄 서서 기다리던 한혜연(31)씨는 “초등학생 때 만화 <슬램덩크>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푹 빠져 4번이나 봤다”며 “굿즈도 사려고 두시간 반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친구는 “극장판을 10번 봤다”고 했다. 팝업스토어에서 막 나온 김은지(23)씨는 “2019년 학교 도서관에서 <슬램덩크>를 빌려 보고 팬이 돼 극장판을 5번 봤다”며 “아침 9시30분에 와서 세시간을 기다려 포스터와 특별판 만화잡지를 샀는데, 원하는 게 다 팔리고 없어서 내일 또 올 생각”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찾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모습. 서정민 기자
지난 27일 찾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 모습. 서정민 기자

‘슬램덩크’ 신드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뒷심을 발휘해 개봉 23일 만에 처음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7~29일 사흘간 24만9206명의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 관객수는 192만2722명으로, 며칠 안에 2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뒷심에는 엔(n)차 관람 붐이 한몫했다. 자막판과 더빙판을 모두 보는 건 물론, 매주 새 경품을 받기 위해 주기적으로 극장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기 결과를 알고 보는데도 마치 처음 보듯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박진감이 관객들을 자꾸 극장으로 불러들인다. 씨지브이(CGV) 쪽 얘기를 들어보면, 관객수 기준 재관람률이 7.4%로 나타났다. 개봉 한달도 안 돼 이 정도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고 한다.

영화 &lt;더 퍼스트 슬램덩크&gt; 포스터. 뉴 제공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뉴 제공

여러번 보면서 새 의미를 발견하기도 한다. 3번 봤다는 민용준 영화 저널리스트는 극 중 부자 관계로 보이는 관중석의 두 사람을 눈여겨봤다. 그는 “처음에는 아빠 혼자 ‘산왕 잘하지?’라고 묻지만 어린 아들은 게임만 하고 경기에 관심이 도통 없다. 그러다가 강백호가 관중을 도발할 때 아들이 놀라서 일어나 코트를 보고, 막판에 아들은 아빠와 함께 북산을 응원한다. 이는 마치 추억에 젖은 구시대의 <슬램덩크> 팬이 새로운 시대의 <슬램덩크> 팬과 함께하는 장면처럼 보여서 상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에스엔에스(SNS)에 썼다.

그의 분석처럼 중년과 젊은 관객이 두루 드는 현상은 실제 수치로도 증명된다. 개봉 초반엔 원작 팬인 중년 남성이 관객의 주를 이뤘으나, 갈수록 입소문이 나면서 20~30대 젊은 관객들이 가세했다. 씨지브이 관객 데이터를 보면, 30대(39%), 40대(32%), 20대(18%), 50대 이상(9%) 차례다. 중년 관객은 젊은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울컥하고, 젊은 관객들은 실제 경기를 보는 것처럼 짜릿한 쾌감을 안기는 연출에 빠져든다. 한 관객은 “농구공이 탕탕 튈 때마다 내 심장도 탕탕 뛰었다”고 감격을 전했다.

영화 &lt;더 퍼스트 슬램덩크&gt; 스틸컷. 뉴 제공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뉴 제공

이들은 영화를 보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원작 만화나 굿즈로 눈길을 돌린다. 회사원 김현묵(50)씨는 영화를 본 뒤 원작 만화 전집을 주문했다. 품귀 현상을 빚어 주문한 지 4주 만에 받을 수 있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2위가 영화 제작 뒷얘기를 담은 <슬램덩크 리소스>(2월16일 발매 예약 구매)이고, 3~22위는 총 20권으로 재편집돼 나온 <슬램덩크> 전집의 각 권, 23위는 주요 에피소드만 추린 특별판 잡지 <슬램덩크 챔프>다.

농구용품 매출도 뛰었다. 온라인 쇼핑몰 에스에스지(SSG)닷컴에선 11~18일 농구용품 판매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지(G)마켓·옥션에선 농구화와 농구복 매출이 각각 488%, 350%나 늘었다. 50대 초반 회사원 박아무개씨는 영화를 보고 빨간색 농구화를 사기로 했다.

정대만 사케. 지자케씨와이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정대만 사케. 지자케씨와이코리아 블로그 갈무리

‘슬램덩크 와인’. 세븐일레븐 제공
‘슬램덩크 와인’. 세븐일레븐 제공

주류업계에도 열풍이 번졌다. ‘정대만 사케’라 불리는 일본 술 ‘미이노코토부키 준마이긴조’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북산고 유니폼 모양으로 디자인한 병 라벨에 정대만 등번호 14가 새겨져 있어 굿즈의 성격을 띤다. 그러자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농구공을 떠올리게 하는 주황색 라벨의 ‘슬램덩크 와인’을 새달 1일 출시하기로 했다.

김현수 영화 칼럼니스트는 “극장판 개봉으로 새로 유입된 젊은 팬들이 늘면서 이들이 굿즈 소비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며 “원작이 인기를 끌던 1990년대와 비교하자면, 지금 화제의 중심에는 ‘농구’가 아니라 ‘캐릭터’가 있는 듯하다. 꼭 농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빠져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짚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음주 뺑소니’ 김호중 클래식공연 강행…티켓 매출 40억 ‘위약금’ 의식? 1.

‘음주 뺑소니’ 김호중 클래식공연 강행…티켓 매출 40억 ‘위약금’ 의식?

김호중 “음주운전 했다” 결국 시인…“크게 반성” 2.

김호중 “음주운전 했다” 결국 시인…“크게 반성”

‘음주운전 시인’ 김호중, 팬카페에 “조사 결과 나오면 돌아오겠다” 3.

‘음주운전 시인’ 김호중, 팬카페에 “조사 결과 나오면 돌아오겠다”

군복 입은 BTS 제이홉 ‘3m 대형그림’, 5월 광주항쟁 현장에 4.

군복 입은 BTS 제이홉 ‘3m 대형그림’, 5월 광주항쟁 현장에

“남 형사 건강하지?”…‘수사반장’ 최불암의 마지막 대사, 연기가 아니었다 5.

“남 형사 건강하지?”…‘수사반장’ 최불암의 마지막 대사, 연기가 아니었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