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사태는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실패했음을 극적으로 알렸으나, 북한의 대응은 지나친 것이었다. 핵실험은 한반도 냉전체제의 평화적 해소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되었음을 다시 깨우쳤으며, 또한 북한의 존재를 제쳐둔 채 남한만이 홀로 잘 되는 국가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사진은 지난 19일 서울 한남동 외교통상부공관에서 열린 한, 미, 일 외무장관 만찬에 앞서 반기문 외통부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이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에 내맡겨진 채 종속
미, 한-미-일 삼각동맹 윤활유로 ‘북핵’ 활용
미국에 유리한 ‘현상유지’ 바라다 사태 악화
한반도 비핵화 견지 피폭민족 자기정당성 지켜야
미, 한-미-일 삼각동맹 윤활유로 ‘북핵’ 활용
미국에 유리한 ‘현상유지’ 바라다 사태 악화
한반도 비핵화 견지 피폭민족 자기정당성 지켜야
커버스토리/‘북한 핵실험’ 따져보기
북한 핵문제를 다룰 때 잊기 쉬운 것은 그 근본원인이 1990년대 전세계 냉전종식에도 불구하고 유지되어 온 북미, 북일 대치상황이라는 한반도 냉전체제에 있다는 점이다. 이제 북한 핵실험 사태가 일깨워주는 것은 한반도 냉전체제의 평화적 해소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는 인식이다. 또한 핵실험 사태는 북한의 존재를 제쳐둔 채 남한만이 홀로 잘 되는 국가발전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모든 논의는 이를 전제로 한다.
북한 핵실험과 각국의 책임
북한 핵실험은 길게는 93년 ‘제1차 핵위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짧게는 2000년 11월 선거에서 부시 정부로 미국 정권이 교체되면서 해결 일보 직전까지 갔던 북미협상이 전면 백지화되어 ‘제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데서 비롯된다. 이에 대한 부시 정부의 책임은 최근 간행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에 정확하게 지적돼 있다. 부시 정부 내 네오콘 세력은 북한정권 붕괴를 목표로 삼았음을 부정할 수 없으며, 외교적 수단으로 치장됐지만 사실은 대북 압박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 전체 차원에선, 미국의 우선적 관심은 북핵문제보다 한미동맹 재편 협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북핵문제가 악화되는 것도, 진전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유지되는 편이 미국에게 유리한 것이었으며, 이 역할은 6자회담으로 충족되고 있었다. 미국은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하고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도 무시정책으로 대응해 온 면이 있었다. 결국 2005년 미국이 위폐 문제를 조사하면서 동시에 9·19 베이징 6자회담 공동성명에 합의한 것은 일시적인 상황대처에 지나지 않았음이 드러나고 있다. 9·19 합의 당시 6자회담이 결렬된다면 미국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에 미국 역시 어쩔 수 없이 합의한 측면이 강했다.
북한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간 것은 그들의 안보불안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중대한 실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초대국 미국에 느끼는 안보불안은 외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절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이 제공하던 핵우산도 없어지고 미국이 선제핵공격 독트린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을 확인한 94년의 제네바 기본합의마저 폐기된 이상, 북한은 군사독트린의 논리상 핵무기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91년 아버지 부시 정부하에서 주한미군 전술핵무기가 철수한 이래,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남한에는 현재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보유는 분명 ‘비대칭적 과잉대응’이 아닐 수 없다. 단기적으로 북한이 핵실험으로 치닫게 된 것은 중국이 안보리 제재에 동참할 것이 분명해지면서부터 고립감이 더욱 심화된 데 따른 것이지만, 어찌됐든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북한 핵실험을 남한정부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잘못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문제점은 정책 자체보다는 그것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책기조에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맡겨버렸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며, 6자회담의 추이에 남북관계가 종속되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정책수행 과정의 안이한 대처, 관료주의적인 대응도 문제였다. 작년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음에도 미국은 그 몇 달 전부터 금융제재로 이어지는 북한의 위조 달러 문제를 조사하고 있었다. 이렇게 상반된 정책이 미 행정부 내에서 제대로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9·19 합의만으로 다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린 것이다. 나아가 9·19 합의의 모멘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다. 이 합의를 토대로 좀 더 과감하게 대북정책을 밀어붙여야 했으나, 노 대통령은 엉뚱하게 대연정론을 들고 나오게 된다. 북핵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몇 달을 허송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한반도 핵확산의 문제 일부 반미성향의 분석은 미국의 정책 실패를 ‘의도적인 실패’로 보며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하면서 일본, 한국의 핵확산까지 자신들의 패권 유지와 확대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지나친 억측이다. 중국은 대만 핵무장 위험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에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의 그런 난처함을 즐긴다는 가정은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처지를 잘 알기에 북핵문제를 중국에 맡겨버리고 자신은 소극적으로 대처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고의적으로 북한 핵개발을 방치하고 있다는 가설은 성립하기 어렵다. 그것은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져 미국 핵우산과 전략적 헤게모니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이 동북아 세력구도를 한미일 3각동맹 쪽으로 몰아가는 계기로 북핵문제를 활용하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좀더 실체에 접근한다. 핵실험 직후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67% 정도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군사공격으로 한반도에 전쟁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남한도 핵무장을 하여 핵 억지력의 균형을 이루는 쪽이 낫지 않겠느냐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민족주의 차원의 북한 핵무기 용인론도 이런 논리와 맞닿아 있으나 모험주의적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핵무장은 동북아 핵 확산 도미노로 이어져 미국의 동북아 군사 헤게모니를 근저에서 뒤흔드는 결과가 된다.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미국이 자칫 이라크, 이란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대북 군사공격을 불사하는 치명적인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남북한 핵균형론은 이런 미국의 초강경책을 막을 보장책이 없는 한 성립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미군 전술핵무기의 남한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상 한반도에 미국이 다시 핵을 들여놓을 수는 없다. 한반도 전술핵은 북한만 겨냥하게 되는 게 아니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합의를 한 상태에서 전술핵이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것은 주변국에 엄청난 위협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피폭국 일본, 피폭민족 한반도 일본 정부는 강경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는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현실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 외에 일본 국민여론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은 피폭국으로서 역사적으로 핵에 대해 심한 알레르기가 있다. 핵연료나 기술을 완전히 갖추고 있는 일본이 향후 핵무장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핵무장 이전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핵무장에 대한 거부감과 북한 핵에 대한 강경 여론이 기묘하게 결합돼 있다. 피폭 체험을 지나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일본 시민사회 반핵 여론의 한계이며, 실제로는 자신들이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의 가해자였음을 애써 무시하는 행태다. 이런 상황에서 피폭 체험이 북미 간의 핵갈등을 평화적으로 중재하는 쪽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보수 강경파의 토양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 역사로 볼 때에도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 때 강제 동원당한 수만명의 조선인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 점에서 우리도 피폭민족이며 6·25전쟁까지 겪은 민족인데 동북아 핵확산을 한반도가 주도하고 있다는 기막힌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부시 행정부 정책실패의 귀결로 보는 입장에 선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 역시 군사주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끝까지 평화주의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피폭민족으로서 도덕적 자기정당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견지해야 할 원칙
아직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지향점으로 견지하고 있으며 북미 적대관계가 청산되면 핵무기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북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협상국면이 도래한다고 해도 해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북한이 추가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한 파국은 아니며 6자회담도 포기할 때는 아니다. 중국의 중재 노력과 아울러, 중간선거 이후 거세질 수도 있는 미국 내 양자협상을 요구하는 여론 동향이 변수가 될 것이다. 남북관계를 복원하여 위기를 기회로 살리기 위한 노력에 모든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서동만/상지대 교수·북한정치학
그러나 91년 아버지 부시 정부하에서 주한미군 전술핵무기가 철수한 이래, 미국 핵우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는 하나 남한에는 현재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핵보유는 분명 ‘비대칭적 과잉대응’이 아닐 수 없다. 단기적으로 북한이 핵실험으로 치닫게 된 것은 중국이 안보리 제재에 동참할 것이 분명해지면서부터 고립감이 더욱 심화된 데 따른 것이지만, 어찌됐든 핵무기로 대응하는 것이 정당성을 가질 수는 없다. 북한 핵실험을 남한정부 대북 화해-협력정책의 잘못 탓으로 돌리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문제점은 정책 자체보다는 그것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정책기조에서 남북관계를 북미관계에 맡겨버렸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며, 6자회담의 추이에 남북관계가 종속되는 결과가 되어버렸다. 정책수행 과정의 안이한 대처, 관료주의적인 대응도 문제였다. 작년 9·19 공동성명이 도출됐음에도 미국은 그 몇 달 전부터 금융제재로 이어지는 북한의 위조 달러 문제를 조사하고 있었다. 이렇게 상반된 정책이 미 행정부 내에서 제대로 조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9·19 합의만으로 다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린 것이다. 나아가 9·19 합의의 모멘텀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다. 이 합의를 토대로 좀 더 과감하게 대북정책을 밀어붙여야 했으나, 노 대통령은 엉뚱하게 대연정론을 들고 나오게 된다. 북핵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 몇 달을 허송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게 되었다. 한반도 핵확산의 문제 일부 반미성향의 분석은 미국의 정책 실패를 ‘의도적인 실패’로 보며 북한의 핵개발을 방치하면서 일본, 한국의 핵확산까지 자신들의 패권 유지와 확대에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지나친 억측이다. 중국은 대만 핵무장 위험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에 매우 곤혹스러워 하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의 그런 난처함을 즐긴다는 가정은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이런 처지를 잘 알기에 북핵문제를 중국에 맡겨버리고 자신은 소극적으로 대처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고의적으로 북한 핵개발을 방치하고 있다는 가설은 성립하기 어렵다. 그것은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져 미국 핵우산과 전략적 헤게모니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오히려 미국이 동북아 세력구도를 한미일 3각동맹 쪽으로 몰아가는 계기로 북핵문제를 활용하다 사태가 악화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좀더 실체에 접근한다. 핵실험 직후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67% 정도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군사공격으로 한반도에 전쟁에 일어나는 것보다는 남한도 핵무장을 하여 핵 억지력의 균형을 이루는 쪽이 낫지 않겠느냐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민족주의 차원의 북한 핵무기 용인론도 이런 논리와 맞닿아 있으나 모험주의적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 핵무장은 동북아 핵 확산 도미노로 이어져 미국의 동북아 군사 헤게모니를 근저에서 뒤흔드는 결과가 된다.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미국이 자칫 이라크, 이란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대북 군사공격을 불사하는 치명적인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남북한 핵균형론은 이런 미국의 초강경책을 막을 보장책이 없는 한 성립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이 미군 전술핵무기의 남한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러시아, 중국과의 관계상 한반도에 미국이 다시 핵을 들여놓을 수는 없다. 한반도 전술핵은 북한만 겨냥하게 되는 게 아니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에 합의를 한 상태에서 전술핵이 한반도에 존재한다는 것은 주변국에 엄청난 위협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 피폭국 일본, 피폭민족 한반도 일본 정부는 강경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여기에는 극우세력의 움직임을 현실정치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 외에 일본 국민여론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은 피폭국으로서 역사적으로 핵에 대해 심한 알레르기가 있다. 핵연료나 기술을 완전히 갖추고 있는 일본이 향후 핵무장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핵무장 이전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지금은 핵무장에 대한 거부감과 북한 핵에 대한 강경 여론이 기묘하게 결합돼 있다. 피폭 체험을 지나치게 피해자의 입장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일본 시민사회 반핵 여론의 한계이며, 실제로는 자신들이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의 가해자였음을 애써 무시하는 행태다. 이런 상황에서 피폭 체험이 북미 간의 핵갈등을 평화적으로 중재하는 쪽으로 승화하지 못하고 보수 강경파의 토양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한반도 역사로 볼 때에도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피폭 때 강제 동원당한 수만명의 조선인 인명피해가 있었다. 이 점에서 우리도 피폭민족이며 6·25전쟁까지 겪은 민족인데 동북아 핵확산을 한반도가 주도하고 있다는 기막힌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부시 행정부 정책실패의 귀결로 보는 입장에 선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볼 때 북한 역시 군사주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끝까지 평화주의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하며, 피폭민족으로서 도덕적 자기정당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견지해야 할 원칙
서동만/상지대 교수·북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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