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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계 경제학, 대안이론 될까

등록 2008-06-27 19:33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김지석의 종횡사해 /

복잡계이론은 상대성이론 및 양자이론과 더불어 현대 물리학의 3대 이론으로 꼽히지만 다른 둘에 비해 덜 알려져 있다. 아직 활발하게 발전하는 젊은 이론이기 때문일 것이다.

복잡계이론은 단순한 물리 이론이 아니다. 자연현상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응용될 수 있는 내용을 갖는다. 물리학자·수학자·컴퓨터과학자는 물론이고 생물학자·경제학자·뇌과학자·심리학자·사회학자·철학자들까지 활발하게 참여하는 것만 봐도 그 잠재력을 알 수 있다. ‘21세기형 통합과학’의 한 모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이론은 분리된 듯하면서도 서로 연결되는 여러 이론으로 이뤄져 있다. 카오스이론, 프랙털이론, 창발성이론, 임계현상과 거듭제곱법칙, 네트워크이론, 진화론과 유전학 등이 그것이다. 복잡계이론이 최근 각광을 받는 배경에는 컴퓨터 기술이 자리한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검증은 이 이론 발전의 원동력이다. 인간은 먼저 복잡한 기술을 발전시킨 뒤에야 자연과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되는 모양이다.

복잡계이론을 경제 현상에 적용한 것이 ‘복잡계 경제학’인데, <부의 기원>(랜덤하우스 펴냄)은 이 분야의 좋은 개론서다. 지금 나오는 이 분야 책들은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구실을 한다. 고전 경제학의 토대를 놓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 수학에 경제학을 도입한 한계주의자 시대의 핵심 인물인 레옹 발라의 <순수 경제학 요론>(1872), 거시경제학을 개척한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1936) 등이 이들 책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다.

복잡계 경제학은 거시와 미시로 나뉜 기존 경제학 구분을 인정하지 않는다. 좌·우파 경제정책 구분도 큰 의미가 없다. 또 사람은 본성적으로 이타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고 본다. 사람은 다른 이와 협력하고자 하는 성향과 협력 규범을 위반하는 이에 대해서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응징하려는 성향을 함께 갖고 있다. 곧, 사람은 ‘조건부 협력자’이자 ‘이타적 응징자’다.

경제는 이런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진화하는 시스템으로, 진화 단위는 사업계획이다. 기존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균형상태’ 같은 건 애초부터 없다. 진화가 일어나는 무대는 시장이지만 국가의 역할도 크다. 시장은 소비자 수요와 기술, 국가정책 등을 고려해 사업계획을 발굴하고 이 계획이 확산되도록 자원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국가는 제도적 틀을 통해 이런 시장의 진화를 촉진하고 협력과 경쟁 사이에 효과적 균형이 이뤄지도록 한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자들의 주장처럼 시장과 국가를 대립시킬 까닭이 없다.


사회과학은 본질적으로 현상이 먼저 나타난 뒤 그것을 설명하는 이론을 구축한다. 그래서 하나의 경제이론이 자리잡을 때까지 적어도 수십년이 필요하다. 경제학의 위기라는 말이 많은 때다. 실제로 경제학은 최근 수십년간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난 경제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사후 대책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경제학 지식이 강의실 안에서만 주고받는 선문답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복잡계 경제학이 ‘미네르바의 올빼미’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현실적 이유다.

김지석 논설위원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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