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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벽을 허물기 위하여

등록 2016-01-08 19:36수정 2016-01-10 10:47

‘시’를 시작하며
시를 읽으면서 삶의 빛을 다시 확인했거나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 앞에서 벽을 느끼고 시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삶을 더욱 짜증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그만큼 많을 것이다. 시는 원래 벽을 허물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시는 종종 마음이 어떤 선율을 느끼는, 감정이 잔잔하기도 하고 높기도 한 물결을 일으키는, 정신이 꿈결 속에 속절없이 빠져드는, 마비된 것 같은 의식이 문득 소스라쳐 일어나는 그런 야릇한 순간들을 기억해내고 만들어내고 전달하여 가장 팍팍한 삶에까지 의미와 생기를 준다. 시는 저마다의 미묘한 경험들을 연결하여 서로가 지닌 삶의 깊이를 확인하게 한다. 특별한 순간에는 당연히 특별한 삶에 대한 예감이 있다. 그래서 시는 또한 이 삶과 다른 삶을 연결한다. 시는 이렇게 저 이상한 체험의 순간을 바탕으로 삼아 마음과 마음을 서로 소통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살고 싶은 삶 사이에도 연락의 길을 만든다.

시가 벽으로 느껴지는 것은 시인들이 소통을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라 소통되기 가장 어려운 것을 소통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한겨레>토요판의 시 기획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의 소통을 시도한다. 우선 한쪽에서 시인 한 사람이 자신의 시를 자신의 산문으로 설명한다. 다른 쪽에서는 시 전문가가 시의 담장을 넘어갈 독자들에게 손잡이와 발받침들을 일깨워주고, 시의 울타리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초대손님이 시와 관련된 자신의 체험과 견해를 말한다.

필자 선정은 손택수, 이영광 두 중견시인과 김수이, 황현산 두 시 전문 비평가가 맡았다. 시언어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면서 자신의 시를 자신의 산문으로 명석하게 설명하는 시인을 독자들은 주말마다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첫 회의 시와 산문은 젊은 시인 안희연 시인이 썼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문학비평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문학비평가
안 시인은 2012년부터 시를 선보이기 시작하여 지난가을에 첫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를 출간하였다. 그는 시에 어려운 말을 쓰지 않지만 자주 설명을 건너뛰어서 시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지금 함께 읽게 된 시 ‘면벽의 유령’에 관해 이야기한다면, 시인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특히 시의 중간 부분에서 여러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그것은 우리가 다르게 살기 위해서는 정성을 다해 이 사람을 붙잡아야 하지만 다른 삶에 대한 그리움이 이 삶에 대한 사랑과 정성을 만든다는 그 미묘한 사색의 끈을 독자와 함께 오래 붙들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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