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철 문학평론가·조선대 교수
신형철의 격주시화 (隔週詩話)
-14년 동안의 애도 작업
-14년 동안의 애도 작업
발사체(the projectile)
-무라카미 하루키를 위하여 레이먼드 카버 우리는 차를 홀짝였다.
내 책이 당신의 나라에서 성공하게 된
타당한 이유들에 대해 점잖게 사색하면서.
당신이 내 소설들에 되풀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한
고통과 굴욕에 대한 대화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순전한 우연이라는 그 요소에 대해서도.
어떻게 이 모든 것이
팔릴만한 것으로 옮겨졌을까.
나는 방 한 구석을 응시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다시 16살이 되어
대여섯 명의 녀석들과 함께
50년대식 닷지(Dodge) 세단을 타고
기우뚱대며 눈길을 달렸다.
고함을 지르고
눈뭉치와 자갈과 오래된 나뭇가지들을 던지며 공격하는
다른 녀석들에게 손가락 욕설을 날려주었다.
우리는 급회전을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우리는 그쯤에서 끝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내 쪽 창문이 3인치 정도 내려와 있었다.
3인치 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역겨운 말을 외쳤을 때
그 녀석이 뭔가 던질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그때를 돌이켜볼 수 있는
지금, 이라고 하는 이 유리한 위치에서는
그것이 공기를 가르고 고속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자기가 있는 쪽으로
유탄이 날아오는 것을
무시무시한 매혹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19세기의 초의 군인들처럼
내가 주시하는 동안 그것이 허공을 빠르게 가로지르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을 못 봤다.
나는 이미 고개를 돌려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었다.
무언가가 날아와 내 옆머리를 강력하게 가격해서
내 고막을 망가뜨리고
내 무릎에 떨어졌다,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채.
얼음과 눈으로 꽉 채워진 공.
굉장한 고통이었다.
굉장한 굴욕이었다.
횡재다, 기괴한 사고야, 백만분의 일 확률이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는 터프 가이들 앞에서
나는 울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것을 던진 그 녀석,
환성이 쏟아지고 남들이 등 두들겨 주었을 때
그 자신도 놀랐고 또 뿌듯했으리라.
바지에 손을 쓰윽 닦고는 좀 더 빈둥대다가
저녁을 먹으러 집에 갔을 것이다.
그도 자라서 제 나름의 좌절을 겪고
인생에서 길을 잃기도 했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그날 오후에 대해 다시는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생각해야 할 것들은 언제나 너무 많다.
멍청한 차가 멍청한 길로 미끄러져
멍청한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버린 일 따위를 왜 기억하겠는가.
우리는 방에서 점잖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
잠시 동안 뭔가 다른 것이 들어왔었던 방에서. *시집 <울트라마린(Ultramarine)>(1986) 부기: 필자의 초역을 읽어준 비평가이자 번역가인 문강형준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원시의 행 배열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 것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시의 제목을 ‘던지다’(投げる)로 옮겼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위하여 레이먼드 카버 우리는 차를 홀짝였다.
내 책이 당신의 나라에서 성공하게 된
타당한 이유들에 대해 점잖게 사색하면서.
당신이 내 소설들에 되풀이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한
고통과 굴욕에 대한 대화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리고 순전한 우연이라는 그 요소에 대해서도.
어떻게 이 모든 것이
팔릴만한 것으로 옮겨졌을까.
나는 방 한 구석을 응시했다.
그리고 잠깐이나마 다시 16살이 되어
대여섯 명의 녀석들과 함께
50년대식 닷지(Dodge) 세단을 타고
기우뚱대며 눈길을 달렸다.
고함을 지르고
눈뭉치와 자갈과 오래된 나뭇가지들을 던지며 공격하는
다른 녀석들에게 손가락 욕설을 날려주었다.
우리는 급회전을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우리는 그쯤에서 끝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내 쪽 창문이 3인치 정도 내려와 있었다.
3인치 말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역겨운 말을 외쳤을 때
그 녀석이 뭔가 던질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그때를 돌이켜볼 수 있는
지금, 이라고 하는 이 유리한 위치에서는
그것이 공기를 가르고 고속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자기가 있는 쪽으로
유탄이 날아오는 것을
무시무시한 매혹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19세기의 초의 군인들처럼
내가 주시하는 동안 그것이 허공을 빠르게 가로지르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을 못 봤다.
나는 이미 고개를 돌려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었다.
무언가가 날아와 내 옆머리를 강력하게 가격해서
내 고막을 망가뜨리고
내 무릎에 떨어졌다, 조금도 손상되지 않은 채.
얼음과 눈으로 꽉 채워진 공.
굉장한 고통이었다.
굉장한 굴욕이었다.
횡재다, 기괴한 사고야, 백만분의 일 확률이잖아!
라고 소리를 지르는 터프 가이들 앞에서
나는 울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것을 던진 그 녀석,
환성이 쏟아지고 남들이 등 두들겨 주었을 때
그 자신도 놀랐고 또 뿌듯했으리라.
바지에 손을 쓰윽 닦고는 좀 더 빈둥대다가
저녁을 먹으러 집에 갔을 것이다.
그도 자라서 제 나름의 좌절을 겪고
인생에서 길을 잃기도 했을까,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는 그날 오후에 대해 다시는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생각해야 할 것들은 언제나 너무 많다.
멍청한 차가 멍청한 길로 미끄러져
멍청한 모퉁이를 돌아 사라져버린 일 따위를 왜 기억하겠는가.
우리는 방에서 점잖게 찻잔을 들어 올렸다.
잠시 동안 뭔가 다른 것이 들어왔었던 방에서. *시집 <울트라마린(Ultramarine)>(1986) 부기: 필자의 초역을 읽어준 비평가이자 번역가인 문강형준 선생에게 감사드린다. 원시의 행 배열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 것에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시의 제목을 ‘던지다’(投げる)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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