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의 영어 자막을 만든 번역가 달시 파켓. <한겨레> 자료사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흔든 데는 숨은 공로자들의 힘이 컸다.
먼저 우리말 대사를 영어로 맛깔나게 번역해 세계 관객에게 전한 번역가 달시 파켓을 들 수 있다. 미국 출신인 그는 한국에서 20년 넘게 자막 번역가와 영화평론가로 활동해왔다. 오랜 한국 생활을 바탕으로 한국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대사의 뉘앙스를 잘 살려 번역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 중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옮긴 게 대표적이다. 기택(송강호)이 재학증명서를 그럴싸하게 위조한 딸 기정(박소담)의 실력에 감탄하며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뭐 이런 건 없냐”고 한 대사에선 ‘서울대'를 외국인이 이해하기 쉽게 ‘옥스퍼드'로 바꿨다.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 때부터 봉 감독 옆에서 통역을 도맡아온 최성재(샤론 최)씨도 숨은 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짧은 시간 안에 봉 감독의 의도를 정확히 살려 통역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의 통역을 칭찬하는 유튜브 영상이 등장했으며, 봉 감독은 그에게 ‘언어의 아바타'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그는 단편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정재일 음악감독도 주역 중 한 명이다. 봉 감독은 “우아하지 않은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을 주문했고, 정 감독은 이를 반영해 <기생충>의 음악을 완성했다. 이번 아카데미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오른 엔딩곡 ‘소주 한잔'은 정 감독이 만든 멜로디에 봉 감독이 가사를 붙인 곡이다. 정 감독은 지난달 26일 할리우드에서 열린 특별 시사회에서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며 라이브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생충>이 제작된 데는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E&A) 대표의 공이 컸다. 봉 감독이 2015년 건넨 15쪽짜리 시놉시스만 보고 흔쾌히 제작을 결정했다. 그는 지난달부터 미국에 머물며 각종 시상식에 봉 감독과 함께 참석했다. 곽 대표는 영화인 집안의 일원으로도 유명하다.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오빠이고,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남편이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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