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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유쾌한 수다 삼박자…출판계의 ‘PD수첩’

등록 2015-09-09 20:30

최동민의 팟캐는 남자
세상에는 절대 말해선 안 되는 것들이 있다. 홍길동의 호부호형이 그렇고, 임금님 귀의 진실이 그렇다. 해리포터의 악당 볼드모트의 이름 역시 입에 담아선 안 된다. 여기까지는 소설 속 이야기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거의 모든 업종에서 금기시된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각 업종의 종사자들은 절대 말할 수 없는 업체들의 횡포와 부당한 처사를 가슴에만 품은 채, 입도 벙긋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이런 억압 때문일까? 몇 년 전부터 트위터에는 ‘○○ 옆 대나무숲’이라는 계정이 생겨났다. 누구나 로그인할 수 있게 오픈된 계정을 만들고 해당 업종의 종사자들이 가슴속에 품어둔 이야기를 트위터에 쏟아내는 그야말로 옛이야기 속 대나무숲의 역할을 하는 계정이다. 시작은 ‘출판사 옆 대나무숲’이었는데 이 계정에는 출판사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겪고 있는 거짓말 같은 사연들이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그리고 이 대나무숲의 죽순은 팟캐스트에까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
오늘 소개할 팟캐스트는 바로 이 대나무숲의 역할을 하는 팟캐스트 <뫼비우스의 띠지>다. 2013년 12월, 1회 ‘사장님의 에스엔에스(SNS)’를 시작으로 문을 연 이 팟캐스트는 온라인 편집자 모임에서 시작된 팟캐스트다. 온라인 서점 엠디(MD)인 ‘바갈라딘’과 출판사 편집자 ‘오라질년’, 그리고 시인이자 출판사 편집자 ‘백시인’이 모여 만든 이 팟캐스트는 그야말로 출판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집중포화하는 팟캐스트다.

“출판계 해적방송과 출판계 <피디(PD)수첩>을 함께 지향한다”는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팟캐스트는 출판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과도한 업무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편집인들의 이야기부터 출판 노동계의 현실, 북페어의 문제점, 독자들의 천태만상, 그리고 출판계 성희롱 문제까지…. 이들은 일상적인 업무에 녹아 있는 출판계의 문제들은 물론이고 굵직한 출판계 사건들도 정면으로 다룬다. 게다가 출판계 현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숨기지 않고 방송을 하기 때문에 방송에서 다루는 모든 이야기는 순도 100%의 진짜 출판계 이야기라는 점이 이 팟캐스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출판계라는 한정된 범위, 게다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만을 다루는 팟캐스트. 그렇다면 출판계 사람이 아니면 이 방송은 너무 어렵지 않을까? 자연스레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출판 노예 12년’, ‘원고 투고 쓰리고’, ‘창문 넘어 도망친 동료의 창업’ 등의 재밌는 소제목들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뫼비우스의 띠지>는 기본적으로 고발보다는 유쾌한 수다를 통해 출판계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팟캐스트다. 물론 진지하게 대해야 할 사건들을 다룰 때는 깊이 있게 사건을 분석하고 파헤치지만, “출판 노동의 부당함을 폭로하는 것이 애초의 관심은 아니었다”는 진행자 바갈라딘의 말처럼 이 방송은 세 사람의 완벽한 호흡에서 빚어지는 ‘수다력’을 감상하는 것만 해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방송이다. 그리고 세 사람의 수다를 감상하다 보면, 일종의 보너스처럼 자연스레 우리가 모르던 출판계 뒷이야기를 전달받을 수 있다.

사실 어떤 업계든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곪아 있는 상처와 짜내기도 겁나는 고름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가장 잘 아는 현직에 있는 이들은 상처를 상처라 말하지 못하다가 스스로 상처를 입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담양 죽녹원의 몇 배 크기로 커져가는 ‘○○ 옆 대나무숲’도 그런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고자 생겨난 공간일 것이다. 물론 그들이 외치는 목소리는 대나무숲 안에 들어온 이들에게만 들린 채 사그라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안다.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또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러니 이제 <뫼비우스의 띠지>라는 대나무숲에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도 듣고, 우리 각자에게 금기시된 이야기도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최동민 팟캐스트 <빨간 책방>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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