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팟캐스트.
최동민의 팟캐는 남자
조선 왕들의 이야기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군침 도는 소재였다. 소설, 드라마, 영화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웹툰에서도 조선 왕들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콘텐츠들은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조선 왕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었고, 때로는 허구를 가미하여 선보이기도 했다. 이토록 많은 콘텐츠가 끊임없이 만들어질 수 있는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그 답을 찾다가 만난 게 바로 이것이다. <조선왕조실록>.
태조부터 철종까지 472년의 왕조 역사를 가감 없이 기록한 이 책은 조선 모든 왕의 말과 행동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지만, 왕은 절대 펼쳐볼 수 없었던 책이었다. 그렇기에 객관적일 수 있었고, 그렇기에 조선 역사를 논할 가장 완벽한 정본이 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조선왕조실록>이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기술한 책이 있었기에 우리는 조선을 다양한 콘텐츠로 만날 수 있었고, 그 안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와 인물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또 하나의 콘텐츠, 팟캐스트로도 조선과 진짜 역사를 즐길 방법을 소개해볼까 한다.
오늘 소개할 <팟캐스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은 박시백 화백이 방대한 분량의 <조선왕조실록>을 20권의 만화로 재탄생시킨 것을 기념해 만든 팟캐스트 방송이다. 2013년 7월26일 문을 열었다. 박시백 화백을 비롯해 김학원 휴머니스트 출판사 대표, 신병주 교수, 그리고 고 남경태 사회학자가 모여 조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콘셉트로 한다.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책이 그러했듯이 조선 왕조의 시작과 끝을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면서 진행된다. 물론 조선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을 소개하는 것은 아니고, 중요한 사건 위주로 팩트와 그에 따른 의견,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전하며 진행된다. 예를 들면 태조를 다룰 때는 조선 건국과 정도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중종의 이야기를 다룰 때는 당시 핵심 인물이었던 조광조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기본은 조선 왕들의 계보에 뼈대를 두고 있지만, 왕의 이야기뿐 아니라 각 시대에 가장 중요하거나 흥미로운 사건들을 곁들여 이야기를 나누는 방송이라고 볼 수 있다.
이 팟캐스트의 방송 리스트를 보면 드라마나 영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조선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드라마나 영화, 소설 등의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극적인 이야기를 보여줘야 하기에 사실 그대로의 역사를 전하기는 어렵다. 이 팟캐스트에서는 <조선왕조실록>에 근거를 둔 사실만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우리가 오해하고 있었거나 제대로 알지 못했던 조선과 그 안에 살았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사실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말하면 학창시절 들었던 역사 수업과 뭐가 다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팟캐스트를 꾸려가는 네 명의 진행자들은 완벽한 호흡은 물론이고 해박한 역사 지식, 그리고 팟캐스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입담을 탑재하고 있어서 수업을 듣는다는 느낌보다는 포털 사이트에 올라오는 재미있는 기사를 읽는 듯한 기분으로 조선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정신없이 조선 역사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우리가 알고 있던 가짜 지식은 어느새 사라지고 정석에 가까운 조선 역사 지식을 머릿속에 탑재하는 덤도 얻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승자의 기록을 담고 있지만, 승자는 열람조차 하지 못했던 기록은 어떤 역사를 전하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이 팟캐스트를 통해 조선의 진짜 역사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해 드리는 바이다.
최동민 팟캐스트 <빨간책방>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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