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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설연휴 낮은 시청률…방송3사 자업자득

등록 2006-02-01 17:36수정 2006-02-02 17:49

이야기TV
짧은 설 연휴 탓에 텔레비전 시청률이 떨어졌다고 한다. 시청률조사기관 티엔에스 미디어코리아의 조사를 보면, 설 연휴(1월27~30일)의 전국 가구 시청률 평균(HUT)이 44.4%가 나왔다. 보통 주말의 전국 가구 시청률 평균이 50%를 웃돌던 것에 견주면 많이 낮아진 수치다.

짧은 설 연휴에 고향을 오가느라 티브이를 볼 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풀이를 내놓는다. 그러나 휴일이 짧아 아예 고향가기를 포기하고 집에서 머문 이들까지 감안한다면, 티브이 시청을 방해하는 외적 요인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오히려 시청률 저하는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프로그램들이 적었던 탓이 아닐까. 이번 설 연휴 안방극장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더 나아가 전파는 낭비되고 살빛 넘치는 선정성으로 인한 민망함은 극에 이르렀다. 가족과 함께 티브이를 보며 연휴를 즐길 수 없었던 까닭이다.

설 특집 단막극은 대폭 줄어든 반면, 특집 간판만 단 기존 오락프로그램들은 폭증했다. 지상파 3사의 특집 드라마는 에스비에스 <박치기왕>뿐이었다. 높은 수준의 작품성과 완성도로 둘러앉은 가족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던 특집극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명절이면 으레 방송되는 이른바 ‘노래방’ 프로그램들이 요란했다. 또 기존 오락프로그램 앞에 ‘특집’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연예인들이 한복 입고 나오는 걸 빼놓고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가득했다. 29일 문화방송 <스타 댄스배틀>은 몇 술 더 떴다. 하리수·채연·심은진·서인영 등 연예인들이 옷을 입은 둥 마는 둥 허벅지와 배를 훤히 드러내놓고 몸을 흔들어대는 광경을 온 가족이 둘러앉아 목격하고 있노라니 난감함에 채널을 돌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공들였다 싶은, 몇 안되는 특집 다큐멘터리들은 늦은 밤이나 이른 아침의 언저리 시간대에 편성해 놓고, 정작 시청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주요시간대에는 경쟁적으로 영화를 배치했다. 해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원성을 샀던 영화는 비교적 신작 영화들을 편성하면서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보편화된 케이블·위성 방송 탓에 이 또한 시청자 쪽에서는 큰 흥미를 끌지 못하는 ‘재방송’인 경우가 많았다.

홍콩에서 열린 축구 경기 중계는 전파낭비였다. 같은 시간 지상파 3사가 똑같은 중계를 하고 있으니, 축구 보기 싫은 사람은 케이블이나 위성 채널로 돌아갈 수밖에, 어쩌겠는가.

지상파 텔레비전 시청률이 떨어진 건, 시청자들은 안중에 없는 방송 종사자들의 안일함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단발성 특집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장사꾼 의식’이 팽배한 게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체 제작은 엉성하게 하거나 하지 않으면서 영화와 겹치기 축구 중계로만 시청자들을 대접하겠다는 건, 지상파 방송이 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의 재산인 전파로 광고를 팔아 벌어들인 수익을 자사 직원들의 월급 봉투를 채우는 데만 쓴다면 그게 무슨 공익의 책무를 짊어진 지상파 방송사인가. 하물며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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