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평화연구원 원장 집무실에서 만난 서정하(61) 원장은 “제주포럼이 올해 3일 동안 열리는 75개 세션에 토론·발표자만 450여 명이 참여하고, 참관 예정자가 5000여 명이 될 정도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과거 학술적인 행사가 중심이 되는 포럼이었다면, 지금은 명실상부한 종합 포럼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제주평화연구원은 제주포럼 주관 단체다. 제주평화연구원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동아시아 지역 협력을 위한 연구·교육·교류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제주도와 외교부가 2006년에 설립했다.
서 원장은 “다보스나 보아오 포럼이 특정인들을 위한 포럼이라면 제주포럼은 제주 도민이라면 누구나 무료 참가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포럼”이라고 특징을 말했다. 그는 “제주포럼은 외교부와 제주도가 공동 개최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민간과 전문가가 함께 만드는 1.5트랙 다자 대화 포럼”이라며 “학술 증진과 정책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포럼에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전직 외교장관 등 식견 있는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외교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서 원장은 “최근 한국 외교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데, 미·중이 아시아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한국 같은 중견국들이 아시아 중견국들과 함께 미래를 논의하는 특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중대한 외교·안보 이슈들에 직면해 있는데, 많은 분이 와서 경청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이번 포럼에서의 논의를 정리해 공유하는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이 조심스럽게 추진되고 있는 데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2005년 4회 포럼에 다녀간 뒤로 대통령의 참석이 없었다. 정부의 관심과 힘이 실리면 제주포럼을 정부 간 외교의 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제주포럼은 국제협력의 장으로 제주를 세계에 알리는 효과가 크다. 제주포럼을 다보스나 보아오 포럼처럼 세계인이 널리 알아주는 포럼으로 키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원장은 주헝가리 대사와 주싱가포르 대사를 역임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외무고시 13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주오스트리아 대사관, 주빈 국제기구 대표부 공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부장 등을 지냈다. 아시아 지역의 군축·비확산 분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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