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자전거길 중에서 몇 곳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자전거길에 저마다의 멋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추천의 기준은 다른 곳보다 빼어나게 아름답다는 것보다는, 다른 곳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 될 테다.
그래서 우도 자전거 여행을 첫손으로 꼽는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섬인 우도의 자전거길은 제주도 자전거길을 축약해놓은 듯하다. 우도의 전체 해안선 길이는 17㎞로 제주도 자전거 일주 거리의 10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주도 성산항에서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우도 하우목동항에서 출발해 답다니전망대-비양동포구-우도등대공원-산호해수욕장 등을 차례로 돌다 보면 해수욕장에서 마을 길까지 제주 해안을 닮은 빼어난 경관을 맞이하게 된다. 오히려 섬이 작은 만큼 해안 자전거길도 좀 더 바닷가에 가까이 다가가 있는 느낌이다. 우도 천진항 근처에서는 바다 너머 성산 있는 일출봉을 바라보면서 해안도로를 달리는 것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성산포 우도 나루터에서 겨울철에는 1시간마다, 성수기에는 30분마다 우도행 배가 출발한다.
9일 한 여성이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제주/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성산항에서 김녕해수욕장까지의 ‘자전거 환상도로’는 가장 길게 제주도 해안을 감상할 수 있는 자전거길이다. 제주 환상 자전거길은 해안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약 30㎞에 이르는 이 자전거길에서는 아름다운 해안이 숨는 일이 거의 없다. 월정리 해변처럼 카페와 사람들로 북적이는 제주도의 핫플레이스나, 고려 말에 쌓은 외적 방어용 긴 성인 환해장성 등의 옛 유적, 그리고 해녀들이 물질 전에 바람을 피해 옷을 갈아입던 다양한 불턱 등이 앞을 다투어 모습을 드러낸다.
제주시 구좌읍 하도 토끼섬 앞 해맞이 해안로를 달리는 라이더. 제주/정용일 기자
송악산에서 출발해 용머리해안 근처를 거친 뒤 산방산을 끼고 도는 자전거길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 길을 가는 동안 화산이 폭발 직전 굳어버려 종 모양이 된 산방산의 다양한 모습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산방산은 처음엔 왼편 저 멀리에 있는 듯하다가 어느 틈엔가는 정면에서 보이기도 하고, 다시 오른쪽으로 자리를 바꾸기도 한다. 그러고는 마침내 대한민국 명산 중 하나로 지정된 395m 산방산의 위용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게 된다. 끝이 뾰족한 한국의 여느 산과는 다른 그 모습에 또다시 자전거를 멈추게 된다.
자전거길을 벗어나 올레길에 들어서보는 것도 좋다. 총 234㎞의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은 제주도 자동차 일주도로인 총 179㎞ 길이의 1132도로를 뼈대로 삼고 있다. 환상 자전거길은 이 도로에서 자전거가 갈 수 있는 해안길로 가지를 뻗어나간 형태라고 이해하면 쉽다. 즉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 있으면 1132도로를 벗어나 해안선을 따라 자전거로 달리게 돼 있고, 그렇게 달릴 수 있는 자전거길이 없어지면 다시 1132도로로 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 다시 1132도로로 돌아오지 않고 올레길을 찾아 모험 길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그것이 ‘올레길 자전거 여행’이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항 근처 일주동로를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제주/정용일 기자
대표적인 곳이 쇠소깍~남원 사이에서의 자전거 환상도로와 제주 올레길 5코스의 만남과 헤어짐이다. 쇠소깍을 지날 때 자전거 환상도로와 제주 올레길 5코스는 한동안 나란히 가다 하례로에 이르러 헤어지게 된다. 이때 그냥 자전거 환상도로를 따라 남원까지 빠르게 달려가는 것도 멋진 여행이 된다. 하지만 네이버 지도 앱을 켜고 쇠소깍에서 남원에 이르는 올레길 5코스를 찾아 쫓아가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올레길로 들어서면 자전거 환상도로로 갈 경우 볼 수 없는 위미항을 비롯해 제주도의 ‘좁은 골목길’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이때 올레길에서의 자전거 속도는 사람들이 걷는 속도에 맞춰 낮춰야 한다. 자전거에서 내려 올레길을 가는 동안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도 좋다. 물론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올레길이라면 다시 ‘자전거의 속도’로 돌아오면 된다.
김보근 기자가 지난 9일 자전거를 타고 성산 일출봉 근처 해변의 올레길을 달리고 있다. 제주/정용일 기자
■ 여행 팁: 자전거를 가지고 가느냐, 현지에서 빌리느냐에 따라 여행 준비와 일정이 크게 달라진다. 자기 자전거를 가지고 가려면 김포공항 수화물센터에서 패킹 서비스를 받으면 된다. 비용은 2만8000원. 항공사에 따라 1만원 정도의 추가 화물비를 받기도 한다. 현지에서 빌리는 데는 하루 3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공항에서 500여m 떨어진 가장 가까운 대여점인 바이크트립(www.biketrip.co.kr)은 MTB가 2만5000~3만5000원, 로드는 2만9000~3만9000원 정도다. 자전거와 헬멧, 펑크패치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제주/김보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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