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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고조선에서 시작된 한국 전통문화는 제주에서 완성됐다”

등록 2018-09-12 10:02수정 2018-09-12 10:17

[제주&] 제주신화연구소 소장 문무병 박사 인터뷰
“제주 신화 이해하려면 당올레 알아야”
40여 년 제주 신화 연구 외길 걸어
매월 넷째 일요일 당올레 기행
문무병 박사
문무병 박사
“제주 사람들에게 올레는 문밖을 나서면 맨 처음 만나는 아름다운 좁은 골목 돌담길이지요. 당올레는 마을 사람들이 신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제주의 신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올레를 알아야 합니다.”

문무병(68) 박사는 제주 신화 연구의 최고 권위자다. 대학생이던 1970년대 초 운명처럼 제주 신화 연구에 뛰어든 뒤 “그에 반 미쳐서” 지난 40여 년 외길을 걸어왔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다 고향 제주에 와 있었는데, 1972년 우연한 기회에 서울대 굿연구회 학생들과 함께 할망당 조사를 하다 할머니의 이야기에 빠져 ‘이게 내 길이다’ 생각돼 평생의 업으로 삼게 됐지요.”

시골 버스를 타고 다니며 당(당집·서낭당, 국사당, 예배당처럼 신을 모셔 두는 집)을 조사할 때 버스를 놓치면 구술해주시는 할머니 집에서 하룻밤 신세 질 수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라면 하나 먹고 하루를 버틴 날도 많았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이처럼 제주의 당 250개를 직접 발로 뛰며 쓴 논문으로 1993년 제주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국어 교사와 제주교육박물관 연구사로 일하며 일평생 제주 신화를 연구했다. 2014년 문을 연 제주신화연구소 소장이자 제주전통문화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는 그는 <제주의 무속 신화> <제주도 큰 굿 자료집> <제주의 민속극> <바람의 축제, 칠머리당 영등굿> <제주의 본향당 신앙과 본풀이> <설문대할망 손가락> 등 제주의 민속과 관련된 책을 많이 썼다.

제주의 신화와 당올레를 널리 알리기 위해 공동 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지난해 가을에는 제주에 온전히 남아 있던 신당을 탐방한 기록을 대중이 알기 쉽게 정리한 책 <제주 당올레>를 제주 신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작가 여연(필명·본명 김정숙)씨와 함께 펴내기도 했다.

문 박사는 “제주에는 마을마다 신을 모시는 성소가 있는데 이를 ‘본향당’이라 하고, 본향당으로 통하는 작은 길을 당올레라 한다”고 설명했다. 하늘의 신들이 지상에 내려올 때는 당나무인 우주목이 서 있는 본향당으로 내려오고, 심방(무당을 뜻하는 제주어)이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을 굿하는 장소인 집 안으로 모셔온다는 것이다.

“마을의 성소 본향당은 불교의 사찰이나, 기독교의 교회, 천주교의 성당처럼 하늘과 통하는 영적이고 성스러운 공간입니다. 우주의 나무인 당나무가 서 있는 곳으로, 영적인 치료도 이뤄지는 우주의 중심이며 마을의 심장이며, ‘옴파로스’(배꼽을 뜻하는 라틴어)이지요.”

문 박사는 “고조선에서 시작된 한국 전통문화는 제주에서 완성됐다”며 “샤머니즘의 최종 완성본은 제주”라고 했다. 제주는 육지와 멀리 떨어진 외로운 섬인데다 조선 시대에는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걸 막기 위해 출륙금지령까지 내린 적이 있다. 이처럼 고립된 섬이기 때문에 문화의 원형이 들어오면 쌓이기만 할 뿐 나가지 않아 제주의 무속 신앙은 길게는 수천 년이 넘도록 남아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문 박사는 “남방과 북방 문화의 원형이 제주에 와서 쌓이면서 제주의 샤머니즘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했다. “문학을 하든지 학문을 하든지 우리 신화보다는 그리스 신화를 먼저 읽게 된다”며 “그리스 신화와 다른 뿌리와 정신이 있는 우리 신화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설문대할망 신화나 천지왕본풀이는 하늘과 땅이 어떻게 생겼나 설명하는 창세기와 관련된 얘기이고, 신의 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는 초공본풀이, 생명에 관한 이공본풀이 등 무궁무진한 내용이 있지요.”

문 박사는 “당올레는 대부분 호젓한 산길 등에 자리해 제주의 신령한 비경과 제주 문화의 속살을 함께 볼 수 있어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은 이들의 여행 코스로도 좋다”며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했다. 문 박사가 대표로 있는 제주신화연구소는 매월 넷째 주 일요일 ‘당올레 기행’을 진행하고 있다.

문의와 접수: 제주신화연구소 전화 064-755-7372 밴드: https://band.us/band/61035857)

글 박영률 기자, 사진 류우종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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