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말하는 ‘괴물’
영화 '괴물'서 '박희봉' 역 맡아
"봉준호는 배우 연기 이끌어내는 탁월한 감독"
"봉준호는 배우 연기 이끌어내는 탁월한 감독"
"감독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괴물'(제작 청어람)에 출연한 영화배우 변희봉(64) 씨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에 응하며 그 이유를 "감독에 대한 보은의 의미"라고 답했다. 변씨는 봉 감독이 연출한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세 편에 모두 출연한 유일한 배우.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노배우는 인터뷰 내내 아들뻘인 봉 감독에 대해 듣기에도 민망한 '은혜' '보은' 등의 말을 언급하며 얘기를 풀어갔다.
"1999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최악의 상태였죠. 당시에는 어떤 이유인지 영화나 TV에서 나이 든 배우를 쓰지 않는 풍토가 짙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살기로 작정한 터였습니다."
변씨와 봉 감독은 인연은 이때 시작됐다. 변씨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고, 봉 감독에게는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던 희망에 찬 때였다.
변씨는 "봉 감독이 전화를 걸어 영화 '플란다스 개'에서 아파트 경비원 역할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에 몸을 담그면 말년이 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나이에 주인공을 맡을 것도 아니고 들러리 역할 할 거면 안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봉 감독이 조감독을 통해 계속 만나자고 하더군요. 거절할 수 없어 마포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났는데 봉 감독이 과거에 내가 출연했던 드라마를 줄줄이 꿰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말려들어 간 거죠."(웃음) 변씨는 봉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잘할 것 같았던 역할과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모두 해봤다"고 말했다. "TV 드라마에서 말단 순경 역할은 많이 했어요. 그런데 형사 역할은 '살인의 추억'이 처음이었습니다. 탤런트 이순재 선배가 연출자들에게 '희봉이는 형사 역할이 딱이니 한번 맡겨봐라'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살인의 추억' 이전에는 형사 역할이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봉 감독이 처음으로 형사반장 역할을 줬어요. 내심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괴물'에서 맡은 아버지 '박희봉' 역할도 저에게는 의미가 커요. 괴짜 아버지 역할은 드라마에서 많이 연기했는데 평범한 아버지는 '박희봉'이 처음입니다." 그는 박희봉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 봉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씨는 "봉 감독과 세 작품을 했는데 한번도 배우에게 기분 나쁘게 말하거나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배우의 연기를 자기 생각대로 유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박희봉 캐릭터를 잡는 데 참고하라"면서 감독이 건넨 영화를 언급하며 "지금은 제목도 기억 안나는 재미없는 영화였지만 계속 보면서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면서 "박희봉 캐릭터를 잡는 데 큰소리 한번 없이 조용하게 가족을 이끄는 영화 속 가장의 모습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육순을 넘긴 나이에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변씨의 말대로 "감독을 잘 만나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배우로서의 저력에는 아마도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그의 근성도 한몫을 했을 듯.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에 미쳤었습니다. 분재(盆栽)한다고 나무 가지고 별짓 다했고 난(蘭) 한다고 모아둔 돈 모두 탕진했어요. 골프ㆍ낚시에도 미쳐 다녔고요." 그런 그의 근성은 '플란다스의 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면서 한국영화를 20년 만에 처음 보게 됐다"는 그는 "한국영화를 30~40편씩 싸놓고 장르별로 나눠가면서 봤다"고도 말했다. 또한 "캐릭터만큼은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면 감독이 뭐라고 해도 촬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연기 지론. 변씨는 "영화 '괴물'이 단연코 내 대표작이 될 것"이라면서 "추한 꼴로 영화계에 남고 싶지는 않지만 영화가 날 필요로 한다면 끝까지 영화인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영화에 몸을 담그면 말년이 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나이에 주인공을 맡을 것도 아니고 들러리 역할 할 거면 안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봉 감독이 조감독을 통해 계속 만나자고 하더군요. 거절할 수 없어 마포에 있는 한 호텔에서 만났는데 봉 감독이 과거에 내가 출연했던 드라마를 줄줄이 꿰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말려들어 간 거죠."(웃음) 변씨는 봉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잘할 것 같았던 역할과 꼭 해보고 싶었던 역할을 모두 해봤다"고 말했다. "TV 드라마에서 말단 순경 역할은 많이 했어요. 그런데 형사 역할은 '살인의 추억'이 처음이었습니다. 탤런트 이순재 선배가 연출자들에게 '희봉이는 형사 역할이 딱이니 한번 맡겨봐라'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살인의 추억' 이전에는 형사 역할이 주어지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봉 감독이 처음으로 형사반장 역할을 줬어요. 내심 잘해보겠다는 마음이 있었죠. '괴물'에서 맡은 아버지 '박희봉' 역할도 저에게는 의미가 커요. 괴짜 아버지 역할은 드라마에서 많이 연기했는데 평범한 아버지는 '박희봉'이 처음입니다." 그는 박희봉 역할에 대해 설명하면서 봉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씨는 "봉 감독과 세 작품을 했는데 한번도 배우에게 기분 나쁘게 말하거나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배우의 연기를 자기 생각대로 유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박희봉 캐릭터를 잡는 데 참고하라"면서 감독이 건넨 영화를 언급하며 "지금은 제목도 기억 안나는 재미없는 영화였지만 계속 보면서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면서 "박희봉 캐릭터를 잡는 데 큰소리 한번 없이 조용하게 가족을 이끄는 영화 속 가장의 모습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육순을 넘긴 나이에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변씨의 말대로 "감독을 잘 만나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의 배우로서의 저력에는 아마도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그의 근성도 한몫을 했을 듯. "영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여러 가지에 미쳤었습니다. 분재(盆栽)한다고 나무 가지고 별짓 다했고 난(蘭) 한다고 모아둔 돈 모두 탕진했어요. 골프ㆍ낚시에도 미쳐 다녔고요." 그런 그의 근성은 '플란다스의 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하면서 한국영화를 20년 만에 처음 보게 됐다"는 그는 "한국영화를 30~40편씩 싸놓고 장르별로 나눠가면서 봤다"고도 말했다. 또한 "캐릭터만큼은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면 감독이 뭐라고 해도 촬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연기 지론. 변씨는 "영화 '괴물'이 단연코 내 대표작이 될 것"이라면서 "추한 꼴로 영화계에 남고 싶지는 않지만 영화가 날 필요로 한다면 끝까지 영화인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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