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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조성진, ‘친 푸틴’ 연주자 대신 빈필 카네기홀 무대 선다

등록 2022-02-26 10:31수정 2022-02-26 11:52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게르기예프·마추예프 반대 여론 들끓자
독일에 있던 조성진에게 요청해 긴급 투입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친 푸틴’ 행보를 해온 러시아 피아니스트의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연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독일에 머물고 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긴급 대타’로 투입됐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로 25일(현지시각) 저녁 세계 최정상급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와 갑작스러운 협연을 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25~27일 빈필을 이끌고 연주할 계획이었으나, 카네기홀은 공연 하루 전날 이를 전격 취소했다. 빈필과 협연하기로 예정돼 있던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의 공연도 함께 취소됐다. 게르기예프와 마추예프 모두 푸틴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게르기예프의 공연을 앞두고 트위터에 ‘#CancelGergiev’(게르기예프를 취소하라)가 퍼지는 등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카네기홀은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며 지휘자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인 야닉 네제 세갱으로 교체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러면서도 협연 피아니스트를 누구로 교체할지는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카네기홀은 공연 당일인 25일에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성진은 이번 공연에서 빈필과 함께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이번 연주를 위해 독일 베를린에 머물던 조성진이 긴급히 나서준 데 대해 카네기홀과 빈필이 깊은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한겨레> 자료사진
러시아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한겨레> 자료사진

게르기예프는 그동안 노골적으로 푸틴을 지지해왔다.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침공해 합병하자 러시아 문화예술계 인사 19명과 함께 이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998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마추예프도 이 서명에 함께했다. 게르기예프는 푸틴이 세번째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방송에서 지지 연설을 했다. 앞서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도 공공연하게 푸틴을 지지했다.

게르기예프에 대한 음악계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시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지지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예정된 라스칼라 극장 공연을 취소하겠다고 게르기예프에게 통보했다. 게르기예프가 수석지휘자로 있는 독일 뮌헨 필하모닉도 그에게 명확한 의견 표명을 요구했다. 침묵하면 해고하겠다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반면, 체코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러시아 출신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체코 필하모닉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입주한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내걸었다. 러시아 출신 피아니스트 알렉산드르 멜니코프는 미국의 한 공연에 앞서 “러시아 출신이라는 데 대해 죄책감을 갖게 한 이들에게 화가 난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와 슈만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그는 한국에서도 몇차례 공연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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