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콥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23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공개된 '디 올 뉴 코나 전기차'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미국 정부가 앞으로 2032년까지 자국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10배 이상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외신 보도에 국내 배터리 회사 주가가 들썩였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대폭 확대될 경우 그 수혜를 국내 업체도 누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엘지(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2.76% 뛰어올랐다. 에스케이(SK)온을 자회사로 둔 에스케이이노베이션도 7.74% 상승했다. 국내 중견 배터리 생산업체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에코프로비엠과 지주회사인 에코프로 주가도 각각 13.59%, 24.7% 급등세를 보였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회사의 주가가 들썩인 건 지난 주말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조만간 공격적인 중장기 전기차 보급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 때문이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각)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미국 환경보호청이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을 9년 뒤에 67%까지 늘리는 계획을 마련했고, 이 계획을 오는 12일 자동차산업 중심지인 미 디트로이트에서 발표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 비중은 5.8%였던 터라 바이든 행정부가 매우 공격적인 전기차 시장 확대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지난해 90만대에서 점차 늘어 2030년엔 994만대, 2032년엔 1235만대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일부 소재 업체들의 과도한 프리미엄(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된 주가) 현상은 경계해야 하나 전반적으로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긍정적인 흐름”이라고 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에스케이온·삼성에스디아이(SDI) 등 국내 배터리업체의 2025년 북미 지역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은 각각 277기가와트시(GWh), 180기가와트시, 33기가와트시로 추산된다. 승용차 686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와 2위인 포드 등 미국 완성차 회사들이 전기차 생산능력을 확충한다면, 국내 배터리업체들의 공급능력 확대가 더 이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확대되면 그에 맞춰 적기 투자와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도 상승할 여지가 크다”며 “미국 정부의 전기차 시장 확대 추진 방침이 알려진 이후 배터리업체 주가가 급등한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도 한층 분주해질 전망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공산이 큰 만큼, 이에 맞춰 생산·판매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현지 생산을 우대하는 터라 미 현지 생산-국내 생산-수출 전략도 재구성할 필요도 있다. 일자리 등이 달린 국내 공장 생산 문제가 외국 정책 변화에 이전보다 훨씬 흔들릴 공산이 크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3월 2030년 미국 시장에서 53만대를 전기차로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아가 지난 5일 전기차 101만5천대(2030년 북미시장)를 팔겠다고 기존 목표를 대폭 끌어올린 점을 염두에 두면, 현대차도 공세적으로 미국 시장 판매 목표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 노주홍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배터리 업계에서 투자·설비 확대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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