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 브랜드가 세계적인 디자인 상인 '레드 닷 어워드(Red Dot Award)'와 '카 디자인 어워드(Car Design Award)'에서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다고 24일 밝혔다. 사진은 제네시스 G90.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쾌속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등 국내 주력 분야가 침체에 빠진 것과 달리 현대차는 두 분기 연속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친화 정책도 내놨다.
현대차는 25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실적 컨퍼런스콜(IR)을 실시해 올해 1분기(연결기준) 실적이 매출액 37조7787억원, 영업이익 3조592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4분기(3조3592억원)에 세운 기록을 한 분기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대표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9.5%로 2013년 3분기(9.7%) 이후 가장 높다. 올 1분기에 현대차가 많이 벌고 동시에 많이 남겼다는 뜻이다. 판매량은 102만1712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3.2%가 늘었다. 국내에서 19만1047대, 국외에선 83만665대를 팔았다.
현대차는 좋은 실적을 낸 이유로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 개선으로 생산과 판매량이 함께 늘어난 점을 꼽았다. 수익성까지 좋아진 건 제네시스와 스포츠실용차(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들이 판매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으로) 미국 내 도매 기준 판매가 30% 증가했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판매가 각각 28%, 36% 늘었다”고 말했다. 평균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오른 것도 매출·영업이익 증가에 보탬이 됐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도 발표했다. 배당 주기를 기존 연 2회(반기)에서 연 4회(분기)로 늘리고 새로운 배당 정책 기준을 기존 ‘잉여현금흐름’(FCF)에서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25% 이상)으로 변경했다. 또 3년에 걸쳐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한다는 방안도 내놨다. 배당 정책 변화 소식에 이날 현대차 주가는 컨퍼런스콜이 시작되는 동시에 상승 반전하며 전거래일 대비 5% 가까이 급등했다.
현대차는 2분기에도 호실적을 기대한다. 친환경차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 아래 아이오닉6 등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봐서다. 서 기획재경본부장은 “반도체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안(가드레일)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서 본부장은 “2025년부터 미국 현지 합작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6년부터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2024~2025년에 경쟁에 밀리면 상황에 맞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 권역에선 고전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미-중 무역갈등이 본격화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할 때 미국과 유럽 지역의 총 판매량은 24.1%(5만대), 10.5%(1만5천대)가 늘었으나, 중국은 1.8%(1천대) 늘어나는 데 그쳤고, 러시아권역 판매량은 70% 가까이 감소했다.
업계에선 기아 실적까지 포함하면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일본 도요타를 앞지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아의 1분기 실적은 26일 발표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은 크게 웃돌 것으로 본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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