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에서 작업자가 아이오닉 5를 조립하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이 조립의 품질을 검사하는 모습.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의 생산부터 고객 인도까지 전 과정에 필요한 신기술을 연구하고 실증하는 혁신센터를 싱가포르에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21일 싱가포르 주롱 혁신지구에서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준공식을 열었다. 준공식에는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양국 정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람 중심의 신기술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3일 울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때도 사람 중심 공장을 만들겠다며 ‘인본주의’ 개념을 내세운 바 있다.
혁신센터는 약 4만4천㎡ 부지에 연면적 약 9만㎡,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만들었다. 연간 3만대 이상의 전기차 생산이 가능한 제조 시설과 함께 차량 시승과 테스트를 위한 ‘스카이트랙’, 자동물류시스템, 스마트팜 등을 갖췄다. 생산 시설은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해 아이오닉 5와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만들고 있다.
21일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준공식 현장.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최훈 주 싱가포르 한국대사, 픙 총 분 싱가포르 경제개발청장,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에릭 테오 싱가포르 대사.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이 혁신센터가 미국 조지아주(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국내 울산에 짓는 전기차 전용공장 등 전 세계 사업장에서 사용할 기술을 먼저 실험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센터가 연구하는 제조 혁신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에 활용할 다양한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도 목표다.
혁신센터 생산시설에는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로보틱스 등을 적용해 고도로 자동화된 셀 기반 유연 생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 대신 각기 다른 모빌리티를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방식인 ‘셀’ 시스템을 도입했다.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벗어나 고객맞춤형 다차종 소량 생산 시스템으로 가는 방식이다. 또 실제 공장을 운영하는 것처럼 시뮬레이션을 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쌍둥이 공장을 가상으로 디지털에 구현하는 메타 팩토리를 구축해 공정 전반의 효율성도 높였다.
싱가포르에 혁신 센터를 구축한 것은 미래 기술 실증 연구를 하기에 긍정적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싱가포르가 작은 나라지만 많은 브랜드의 차가 진출해 경쟁하고 있고, 미래 모빌리티 도입에 따른 도시의 변화를 시험하는 데 제격이라는 점을 들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싱가포르가 혁신의 이미지가 있고 우수한 인력과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두루 고민해 결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난양이공대학과 싱가포르 과학기술청과 함께 연구소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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