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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식품·주류업계 “원가 부담” 잇단 가격인상…소비자단체 “근거 부족”

등록 2022-07-18 15:25수정 2022-07-18 20:03

맥주·치킨·햇반 “원가 부담” 내세워
소비자단체협 “원가 상승 부풀려져”
맥주·치킨업계 매출·영업익 5년간 상승
“가격인상 근거 감추고 소비자에 전가”
씨제이(CJ)제일제당이 지난 3월 말부터 햇반의 판매가격을 7∼8% 인상했다. 연합뉴스
씨제이(CJ)제일제당이 지난 3월 말부터 햇반의 판매가격을 7∼8% 인상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식품·주류업계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단체 분석 결과 가격 인상률이 원가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기업의 최근 영업이익률 또한 동종 업계에 견줘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자단체들은 “기업이 가뜩이나 생활물가 폭등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 가격 인상을 통한 ‘부담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18일 11개 소비자단체가 모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 4~7월 주류·치킨·햇반 등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상품의 가격 인상 요인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들 기업이 내세운 ‘원가상승 부담’은 상당 부분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햇반.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 햇반. CJ제일제당 제공

지난 3월 말 씨제이(CJ)제일제당은 “햇반 제조 공정 중 무균화에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엘엔지·LNG) 비용이 1년 새 90%가량 올랐고, 포장 용기와 필름 값도 15% 이상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며 햇반 가격을 약 7% 인상한 바 있다. 마트 주력 제품인 ‘백미 210g 12개’ 묶음은 1만4480원에서 1만5480원으로, 편의점 햇반 210g 개별 상품은 기존 1950원에서 2100원으로 올랐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씨제이제일제당 쪽이 제시한 엘엔지 가격 90% 상승은 2020년 12월 대비 2021년 같은 기간 도매요금 단가 상승률(93.5%)인데, 기업은 소매요금으로 지불하기 때문에 근거가 부적절하다고 짚었다. 협의회가 햇반 제조공장이 위치한 부산·충청 지역의 가스 소매요금을 분석한 결과, 2021년 3월 기준으로 실제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부산 63.6%, 충청 60.4%에 그쳤다. 포장재 가격도 2021년 일시적으로 가격이 올랐지만, 이전까지는 지속해서 하락해 2018년에 견줘 2021년엔 오히려 약 5.3%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회 쪽은 “햇반의 제조원가를 추정했을 때 2019년 대비 2021년 7.4%, 2021년 대비 2022년 3.0% 올랐다”며 “소비자가는 2019년 대비 2020년 21.9%, 2021년 대비 2022년 7.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가 상승률이 원가 상승률보다 2~3배 정도 더 높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BBQ 황금올리브치킨. 한겨레 자료사진
BBQ 황금올리브치킨. 한겨레 자료사진

‘국민 간식’인 치킨도 상황은 비슷했다. 앞서 교촌치킨과 비에이치시(BHC)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비비큐(BBQ)는 5월부터 각각 “인건비와 수수료 및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려 ’치킨 2만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원부자재 가격 상승은 근거가 부족했다. 협의회가 한국육계업계 가격을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프랜차이즈가 주로 사용하는 닭고기 9~10호의 연평균 시세는 2015년 3297원에서 2020년 2865원까지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2021년 3343원으로 상승했다. 즉 “닭고기 가격이 내릴 때는 잠잠하다가 인상되면 바로 치킨 값에 반영하는 식으로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겼다”는 설명이다.

원가가 올라 어려움을 호소한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률이 동종 업계보다 현저히 높은 곳도 많았다. 지난 3월 ‘테라’와 ‘하이트’ 등 국산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7% 올린 하이트진로의 경우, 최근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6.2%에 달했고, 최근 2년 동안의 이익률은 각각 8.8%, 7.6%나 됐다. 비슷한 시기 ‘카스’ ‘오비라거’ 등의 출고가를 7.7%씩 올린 오비맥주는 최근 5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25.6%나 됐다. 협의회 쪽은 “2020년 음식료산업 평균 영업이익률이 5.1%라는 것을 감안하면 주류업계의 영업이익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기에 가격 인상의 근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진로 제공

치킨 업계도 마찬가지다. 협의회의 분석 결과를 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의 매출액 상위 5개 브랜드(교촌, 비에이치시, 비비큐, 처갓집, 굽네)의 가맹본부 매출액은 최근 5년간 지속해서 상승했다. 영업이익도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 5개년 매출액의 경우, 굽네치킨(8.8%)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 가맹본부 모두 연평균 10% 이상씩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개 업체 모두 5년 동안 연평균 12% 이상씩 증가했다. 비비큐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연평균 33.8%나 늘었다. 협의회 관계자는 “소비자 가격 인상에 뒤이은 가맹점 공급하는 제품 가격 인상을 봤을 때 ‘가맹본부만의 이익 증가를 위한 치킨 가격 인상’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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