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는 소비자의 모습. 연합뉴스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추석 연휴가 지난 이후 라면값을 10% 안팎 인상하기로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밀가루와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더는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농심이 가격 인상에 나서면 오뚜기와 삼양 등 다른 라면 업체들도 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심 관계자는 23일 <한겨레>에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 신라면 등 라면 가격을 평균 10% 안팎 인상할 계획”이라며 “스낵류의 가격 역시 5~6% 수준에서 인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신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 데 이은 1년여 만의 인상인 셈이다. 당시 농심은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으로 출고가격을 신라면은 1봉지에 676원에서 736원으로 인상했으며, 편의점 기준으로는 830원에서 900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오는 9월 가격 인상 폭에 따라 편의점 신라면 가격은 1봉지에 99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원자재 가격 중 가장 많이 뛴 것이 밀가루와 팜유인데, 라면 업계는 두 가지의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며 “더 압박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공감대”라고 설명했다.
농심의 이번 가격 인상 결정은 2분기 영업이익 적자와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7562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5%나 감소했다. 특히 2분기 별도 기준(해외법인을 제외한 국내 실적)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면서 24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오뚜기가 연결 기준으로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2% 늘어났고, 삼양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하고, 영업이익이 92%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보인 것과 대조되는 성적표다.
농심 관계자는 “농심이 경쟁사인 오뚜기에 견줘서는 매출액 가운데 라면의 비중이 75% 이상으로 매우 높고, 삼양에 견줘서는 국내 판매 비중이 높아 거의 90%에 육박하는 구조를 가진 탓”이라며 “고환율의 영향을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더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압박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심이 라면 가격 인상에 나서기로 한 만큼, 오뚜기와 삼양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다른 식품에 견줘 가격이 저렴한 편임에도 100~200원 인상에도 소비자들의 체감이 큰 품목이라 인상 여부를 놓고 계속 고심 중”이라며 “하지만, 가격을 묶어두고 오래 버티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해 사실상 하반기 가격 인상에 무게를 실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