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이 차례용품 준비에 나선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 추석에도 제수용품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시름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추석 제수용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지난해보다 5.9% 오른 31만8097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추석을 맞아 서울 25개 구에 있는 90개 시장 및 유통업체(백화점 12곳·대형마트 25곳·기업형슈퍼마켓 18곳·일반 슈퍼마켓 19곳·전통시장 16곳)의 추석 제수용품 24개 품목의 가격 동향에 대해 지난 18~19일 1차 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물가감시센터 조사결과를 보면, 올 추석 제수용품 구입에는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31만8097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추석 평균 비용 30만369원보다 5.9% 상승한 금액이다.
조사대상 24개 품목 가운데 18개 가격이 올랐는데, 시금치 값이 올해는 폭우와 폭염 등 기상 악화로 48.7%나 뛰면서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추석 때마다 오르는 시금치 가격의 추이를 5개년 간 추석 3주 전 기준으로 살펴보면, 5년 전에 견줘 약 4배 정도 올랐다. 또한 올해는 예년과 달리 차례 음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밀가루(44%)와 식용유(28.9%) 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소비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 소비자단체협의회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사과(18.6%), 대추(16.7%) 등도 크게 올랐다. 기타 식품류는 평균 4.7% 상승했는데, 그 가운데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7.6%)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제수용품 구매 비용은 전통시장이 평균 25만1949원으로, 대형마트(31만1515원)와 백화점(47만7526원)보다 약 6만~22만5천원 이상 저렴했다. 전통시장에서는 특히 채소와 임산물 가격이 낮았다. 제수용품 개별 품목에 대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비교하면, 전통시장이 평균 5만9566원(19.1%) 저렴했고, 돼지고기(다짐육, 뒷다리 600g)는 4939원(54.6%) 쌌다. 시금치(49.0%), 밤(41.1%), 대추(40.5%), 깐도라지(40.3%) 등도 가격 차이가 컸고, 가공식품과 과일을 제외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전통시장의 가격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민족 대명절을 앞두고 기업과 정부가 고물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적극 노력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소비자도 경제적으로 합리적 소비 행동을 통해 행복한 추석 명절을 지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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