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가운데, 배추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배추 한 포기에 1만원이 넘는데, 김치를 어떻게 담그나….”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고 일상회복이 된 후 처음으로 가족들이 전부 모이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김치를 담그려던 손아무개(67)씨는 재래시장에 가서 배추를 살피다 한숨만 났다고 했다. 고랭지 배추 한 포기에 1만1천원이라고 써 붙인 가격표를 보고 ‘김치’가 아니라 ‘금치’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는 손씨는 “세 포기에 3만3천원짜리로 골라 들고, 역시 가격이 폭등한 대파와 양파 따위를 사니 10만원으로도 장바구니를 채울 수 없더라”고 말했다.
기록적인 폭우와 폭염에 이어 태풍 힌남노까지 덮치면서 배추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김치=금치’가 되면서 밥상 물가 역시 또다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6일 기준으로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격은 83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918원)에 견줘 70%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5652원)에 견줘서도 49% 이상 비싼 수준이다. 자고 나면 가격이 오른다는 말처럼 오름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8월31일 7032원, 9월1일 7398원, 2일 7464원, 5일 7818원, 6일 8393원으로, 일주일도 안돼 1300원 넘게 올랐다.
배추 가격이 이렇게 고공행진을 펼치는 것은 고온다습한 날씨로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와 태풍 등으로 출하량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김치 업계 1위인 대상 자사몰에서 포기김치와 총각김치 등이 일시품절됐다. 대상 온라인몰 갈무리
배추와 함께 김치를 담글 때 함께 들어가는 채소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무는 1개당 373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87원)보다 79% 올랐고, 양파(63%), 대파(54%), 깐마늘(8.1%) 등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배춧값이 이렇게 뛰다 보니, 포장김치를 파는 기업의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김치가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국내 포장김치 1위 업체인 대상(종가집) 온라인몰에서는 이날 현재 포기김치, 총각김치 등 거의 대다수 품목이 품절 상태다.
대상 관계자는 “원재료값 급등에다 포장김치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자사몰에서 일시적인 품절이 빚어졌다”며 “대형마트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매장을 중심으로 물량을 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추석을 앞두고 배추와 김치 가격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고온다습한 날씨 탓에 무름병이 번져 수확량이 예전만 못한 데다, 태풍 힌남노로 인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며 “이런 추세라면 본격적인 김장철이 도래하는 11월까지도 배추 가격이 크게 내림세를 그리기는 어려울 듯 싶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채소류는 27.9% 올라, 지난 7월(25.9%)보다 가격 상승 폭이 커지면서 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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