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광주 북구 각화농산물시장에 배추가 진열돼 있다. 올여름 폭염·폭우가 겹치고 11호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배추 도매가격이 한 달 만에 2배로 뛰었다. 연합뉴스
한포기에 평균 1만원을 넘어선 배추 가격, 김장철 전엔 잡힐까?
고온다습한 기후에 태풍 힌남노까지 겹치는 등 채소 생육에 불리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추석 연휴 이후 배추 가격이 더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추석을 앞두고 배추 수급 안정을 위해 총 1만t(톤)을 풀었지만, 가격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배추 가격이 폭등하자 대상과 씨제이(CJ)제일제당은 7개월 만에 포장김치 가격을 또다시 인상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배추 가격이 조금씩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9월 상순 배추 도매가격은 포기당 7900원이었지만, 9월 중순 가격은 8748원으로, 추석 이후 가격이 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근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배추의 생육이 저하된 것이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수확되는 배추는 해발 600m 이상 강원도 고랭지에서 재배되는 여름 배추로, 강우 등 기상여건이 생육에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잦은 비가 배추 생육에 불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상 악화로 작황이 부진한 상황 속에 추석 성수기 수요 증가에 대비한 조기 수확 등으로 추석 이후 공급량이 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지난 13일 배추는 1포기에 평균 1만955원(소매가)으로 1만원을 넘어섰다. 이는 추석 전인 8일 8769원보다도 25%나 급등한 가격이다. 14일에도 배추 1포기 평균가격은 1만883원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부터는 배추 가격이 조금씩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달 말 준고랭지 배추 수확이 시작되면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점차 하락할 전망”이라며 “특히 올해 준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이 평년보다 10.4% 늘어난 만큼 생산량도 더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준고랭지 배추 수확에 이어 10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가을배추 재배 의향 면적은 평년(1만3444㏊)보다 1.3% 증가한 1만3625㏊(헥타르)로, 평년 수준의 작황을 고려하면 김장철(11월~12월 상순) 수급 상황은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이달 말까지 추가로 배추 3천t을 시장에 풀어 수급 불안에 대응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입 배추 600t을 수출 김치 제조사에 제공하기로 했다. 수입 물량을 수출 김치 제조사에 공급하면, 그만큼의 국내산 배추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추석 이후 대파, 양배추, 청상추, 깻잎, 시금치는 평년보다 가격이 하락하는 등 농축산물 가격은 대체로 안정되는 상황이지만, 배추 가격은 9월에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 준고랭지 배추 수확기까지 배추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추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대상과 씨제이제일제당은 포장김치 가격을 7개월여 만에 또다시 인상하기로 했다. 앞서 대상은 올해 2월, 씨제이제일제당은 3월에 각각 포장김치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대상은 다음달 1일부터 ‘종가집’ 김치 가격을 평균 9.8% 인상하기로 했다. 종가집의 대표 상품인 ‘포기배추김치’(3.7kg) 가격은 3만4700원에서 3만8100원으로, 총각김치(1.5kg)는 1만8500원에서 2만300원으로 오른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이날부터 ‘비비고’ 김치 17종 가격을 평균 11.0% 수준으로 인상했다. 비비고 포기배추김치(3.3kg) 마트 가격은 3만800원에서 3만4800원으로 올랐다. 총각김치와 열무김치(1.5kg)는 각각 1만8500원에서 2만900원으로 인상됐다.
씨제이제일제당 관계자는 <한겨레>에 “배추 가격이 한 달 전보다 2배 이상 뛰었고, 마늘도 20% 이상 가격이 오르는 등 원재료 값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치솟았다”며 “무엇보다 손이 많이 가는 김치의 특성상 인건비가 급등한 점 역시 가격 인상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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