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생수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 풀무원 제공
고물가 속 식음료 상품의 가격 인상 릴레이에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일까? 풀무원이 업계 최초로 생수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나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풀무원샘물’과 ‘풀무원샘풀 워터루틴’ 제품의 출고가 인상 철회 공문을 각 유통업체 쪽에 보냈다.
앞서 풀무원 쪽은 지난 23일 “다음달 1일을 기점으로 해당 생수 제품 출고가를 평균 5%씩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철회에 대해 풀무원 관계자는 “고물가 속 소비자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 내부적으로 논의한 끝에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당분간 가격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고지 뒤 철회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풀무원이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풀무원의 이번 가격 인상 철회가 생수 업계는 물론 최근 ‘소줏값 6천원’ 논란을 빚은 주류업계의 가격 인상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앞서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식음료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다. 지난 26일에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착수하는 등 정부가 사실상 가격 인상에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선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국민 부담과 직결되는 민생 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가격을 올린 업체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가격 인상을 고지한 업체는 국세청·공정위·기재부까지 나선 상황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업체 쪽에선 자유시장경쟁을 강조하던 정부가 직접적인 액션에 나선 것이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은 소주·맥주 등의 가격 인상을 검토한 적도 없는데 정부의 전방위 실태조사를 받게 됐다며 당황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하이트진로 쪽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하이트진로는 당분간 소주 가격 인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많은 언론이 보도했듯 가격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나 쉽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결정한 조치”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