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업계의 제품 가격 인하 움직임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라면에 이어 제과·제빵업계에 이르기까지 가격 인하가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오뚜기는 28일 “다음달 1일부터 라면류 15개 제품 가격을 출고가 기준 5%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스낵면(5개입)은 3380원에서 3180원으로, 참깨라면(4개입)은 4680원에서 4480원으로 가격이 내린다. 다만 진라면 가격은 내리지 않는다. 오뚜기 쪽은 “서민 물가 안정에 동참하기로 했다”며 “진라면은 지난 2010년 가격 인하 뒤 2021년 8월까지 가격을 동결했다. 진라면은 여전히 (경쟁 상품보다) 가격이 낮다”고 말했다. 또다른 라면 업체인 팔도도 내달 1일부터 일품해물라면·왕뚜껑봉지면·남자라면을 1000원에서 940원으로 내린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농심과 삼양식품은 전날 라면 가격 인하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제과업계도 가격 인하에 나섰다.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이날 “다음달 1일부터 빠다코코낫, 롯데샌드, 제크 등 3종의 편의점 기준 가격을 1700원에서 1600원으로 100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후 해태제과도 보도자료를 내어 ‘아이비’ 오리지널 제품 가격 10% 인하 방침을 내놨다.
양산빵·제빵 프랜차이즈 1위 업체인 에스피씨(SPC)도 가격 인하에 나섰다. 에스피씨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파리바게뜨는 ‘그대로토스트’ ‘정통바게트’ 등 총 10종을 평균 5.6% 인하하고, 에스피씨삼립 역시 ‘정통크림빵’
등 총 20종을 평균 4.2%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격 인하는 7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소비자단체에선 가격 인하 폭이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농심·삼양 등의 가격 인하 동참을 환영하지만, 인하율과 품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며 “지난해 하반기 가격 인상률은 10%가 넘었음에도 인하율은 고작 4%대에 불과하다. 너구리·짜파게티·불닭볶음면 등 인기 품목은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가격 통제’ 논란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다른 업계에도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 담합 조사 등에 나서겠다고 위협할 건지 의문”이라며 “이런 방식의 정부 개입은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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