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이 오이를 구매하고 있다. ‘극한 호우'에 이어 폭염이 지속되면서 농식품을 중심으로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7월 장마에 이어 8월 폭염, 9월 태풍 시즌까지 당분간 기상 악재가 이어져 가까스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물가를 자극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이아무개(47)씨는 최근 동네 마트에서 삼겹살에 곁들여 먹을 채소를 구매했다가 깜짝 놀랐다. 한 봉지에 3500원이나 하는 상추를 사와 씻었더니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에 20장밖에 안됐기 때문이다. 이씨는 “상추 한장에 180원꼴이라 아내에게 ‘고기 세 점당 상추 한 장씩 먹어야 할 판’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며 “매일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속되는 터라 가뜩이나 비싼 채소 가격이 더 오를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이어진 집중호우 탓에 시금치·상추 등 채소 도매가격이 한 달 만에 2배로 폭등하는 등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장마에 이은 폭염과 태풍이 향후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유통업체들과 논의해 공급확대·할인행사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를 보면, 전날 기준 적상추 도매가격(4㎏)이 5만9080원으로, 한 달 전(2만6160원)에 견줘 125.8% 올랐다. 1년 전(3만3936원)과 비교해도 74.1%나 오른 수준이다. 깻잎 도매가격(2㎏)은 4만1520원으로, 한 달 전(1만8725원)보다 121.7% 뛰었고, 1년 전(2만8152원)보다는 47.5%나 비싸졌다.
시금치 도매가격(4㎏)은 4만7920원으로, 한 달 전(2만2200원)에 비해서는 115.9%, 1년 전(3만6596원)보다는 30.9% 올랐다. 오이 도매가격(100개) 역시 6만55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7.0% 올랐고, 대파(1㎏)는 2522원으로 한 달 전에 견줘 23.4% 상승했다. 미나리(7.5㎏)는 6만6833원으로 한달 전보다 114.6% 올랐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0.5% 하락했지만, 채소류는 집중호우 영향으로 전월 대비 7.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농산물 가격이 지난달 말보다는 소폭 하락하는 추세지만, 장마 이후 닥친 폭염과 다음달 이어질 태풍 등으로 다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축산물 중에는 닭고기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를 보면, 지난달 닭고기 소매가격은 ㎏당 6352원으로, 지난해 7월(5670원)에 견줘 12.0% 높다.
앞서 농식품부는 1일 서울 서초구 에이티(aT)센터에서 대형마트·농협 등 유통업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농축산물 수급 전망을 공유하고 가격안정 대책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집중호우로 상추 등 일부 채소 가격이 강세지만, 공급 여건 개선으로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유통업계는 지나친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자체 할인행사를 추진하는 등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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